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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칼럼] "豫測 못할 過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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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칼럼] "豫測 못할 過去"

입력
2001.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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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은 참 끈질기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야금 야금 철저하게 일을 처리한다. 그 한 예가 교과서 파동의 되풀이다.우리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를 말할 때 흔히 82년의 교과서 파동을 상기한다. 그러나 파동의 뿌리는 그처럼 만만치만은 않다.

전쟁 직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 사령부는 일본 군국주의 추방을 위한 교육시책의 하나로, 재래식의 수신(修身)과 역사 수업을 금지했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수신 교과를 폐지하는 대신, 한달 만에 역사 교과서 '나라의 발자취'를 새로 편찬하여, 역사 수업을 재개했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대일(對日)이사회의 영국 대표는 이 교과서가 "피상적(皮相的)이며 편향적이다. (예전의 군국주의)선전을 연상케 한다"고 비판을 제기했다. 중국 대표와 소련 대표가 이에 동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어물어물 넘겼고 그 행태는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일본 사람들의 끈질김은 되풀이 되는 그들 망언(妄言)에도 잘 나타난다.

해방 뒤 일본측 망언의 원형(原形)은 52년 제3차 한ㆍ일회담에서, 일본의 조선통치를 미화함으로써 회담을 결렬시킨 구보다(久保田) 망언이다. 일본 정부는 57년에 이르러 그 망언을 구보다의 사견(私見)으로 치부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그러나 구보다 망언이 단순한 실언(失言)이 아니었음은, 49년에 일본 외무부가 작성한 '할양지(割讓地)에 관한 경제적ㆍ재정적 사항의 처리에 관한 진술(陳述)'을 보아 확인할 수가 있다.

이 문건은, "이들 지역에 대한 일본의 시정(施政)은 소위 식민지에 대한 착취정치로 인정되어서는 아니된다"고 못 박고 있다.

비슷한 무렵 일본 재무부가 마련한 문건도 "조선 경제가.병합 30여년만에 오늘처럼 큰 발전을 이룩한 것은 일본이 지도한 결과라고 해서 지나침이 없다"고 자랑하고 있다.

결국 구보다 망언은 그 같은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와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 같은 뿌리에서 지금도 불쑥불쑥 망언이 터져 나온다.

이처럼 일본 사람들은 그 특유의 끈질김으로, 일본이란 나라를 어느덧 '과거를 예측할 수 없는 나라'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하루 아침에 침략자 일본이 해방자 일본으로 변모한다. 언젠가는 일본이란 나라가 '신의 나라'(神國)로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 나는 것이 일본 헌법의 전문(前文)이다. 여기에서 일본 사람들은,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명예 있는 지위를 차지하려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를 예측할 수 없는 나라'가 어떻게 '명예있는 지위'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가 있다는 것일까. 일본 역사 교과서가 자기 나라 헌법정신마저 엄수히 여기고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면, 우리로서도 생각을 달리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일본 사람들의 끈질김을 본 받아, 대응해야 한다.

주일(駐日)대사를 소환했다가, 그 나라 새 총리가 한 마디 유감을 표명하면, 그 것으로 사태가 결착(決着)되었다고 하는 투의 행태는 이제 그만 해야 한다.

그보다는 일본 사람 못지 않은 끈질김을 가지고, 그 나라의 '명예 있는 지위'를 검증해야 한다. 그 검증결과 푸른 신호등이 떨어지기 전에는, 일황(日皇)의 방한 초청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일본의 유엔 안보리(安保理) 상임 이사국 진출문제에도 태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과거를 예측할 수 없는 나라'를 유엔 헌장(憲章) 적국(敵國)조항에서 해방시킴으로서, 그 과거를 탕감해 줄 수는 없기 ?문이다.

어느 경우건, 지금 우리에게 아쉬운 것은 우리 대응의 강도가 아니라 끈질김인 것을, 국민들이 먼저 깨우쳤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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