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입 수능시험에서 수리탐구(수학)1 과목 만점자들이 서울대 수학기초학력 테스트에서 낙제점을 맞았다는 보도는 충격이었다.아무리 수능시험 문제가 쉬웠다 해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지 믿어지지 않는다. 영어시험 결과도 비슷해 수능시험 제도와 고교교육 전반을 되돌아 보기에 충분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교육계 일부에는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내 교육제도 전반을 비판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응시자의 7.7%가 낙제점수를 받았고, 이중에는 수능시험 수학과목 만점자가 34명이나 포함됐다는 사실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그럴 수가 없는 일이다.
당초 계획대로 기준점수를 40점으로 했더라면 낙제자가 16%나 되었을 것이라니,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기초적인 미적분도 풀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졌다고 걱정하는 교수들이 늘어나 공대와 자연대 신입생들을 상대로 기초학력 평가시험을 실시했다"는 서울대 당국의 배경설명에도 학력저하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수능시험보다는 어렵고 과거 대입 본고사보다는 쉽게 출제했고, 형식은 단답형 다섯 문제와 서술형 여섯 문제였다는 것이 출제자들의 말이다.
4지 선다형 객관식 시험-이른바 '찍기'문제에만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서술형 문제는 어려운 시험이었을 것이다.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정답을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한 학생들에게 문제를 푸는 방식의 시험이 생소하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이공계 학생들 수학실력이 그 정도라는 것은 너무도 놀랍다.
수학 뿐 아니라 영어시험도 마찬가지였다.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한 영어시험(TEPS)에서는 1,000점 만점에 500점을 넘지 못해 대학영어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수준으로 평가된 학생이 1,107명으로 무려 24.4%나 되었다. 서울대가 우열반을 운영키로 한 속사정을 알만 하다.
문제의 근원은 무리한 과외정책에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과외를 막으려면 수능시험 문제를 쉽게 내야 한다는 비교육적 발상으로 오랫동안 쉬운 수능시험을 고집한 결과다.
과외가 무슨 악귀나 되는 양, 과외 퇴치가 무슨 대단한 업적이나 되는 양, 모든 입시제도와 정책의 핵심에 과외방지를 놓았으나 과외는 없어지지 않았다. 이번 일은 자연발생적 현상을 막으려다 망친 교육정책을 통절하게 뉘우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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