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파4ㆍ405야드). 타이거 우즈(미국)는 327야드의 드라이버 티샷에 이어 78야드 남은 세컨드샷을 핀 5m지점에 떨구었다.그리고 퍼터를 떠난 볼은 내리막 훅라이를 타고 컵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신기원의 개막을 알리는 버디퍼팅이었다. 얼굴이 상기된 '골프마스터'는 감격을 참기 힘들었는 지 대중앞에서 보이지 않던 눈물을 내비쳤다.
손가락으로 눈가를 누르다가 그래도 참기 어려웠는지 아예 모자로 얼굴을 덮어버렸다. 갤러리들은 끝없는 열광적인 기립박수로 그의 위업을 축하했다.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마스터스드라마'는 골프사의 새날을 다시 한번 선언한 타이거 우즈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우즈는 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제65회 마스터스 4라운드서 4언더파 68타를 보태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 메이저대회 무관의 한풀이를 노린 데이비드 듀발(14언더파)과 필 미켈슨(13언더파ㆍ이상 미국)을 각각 2,3타차로 제치고 그린재킷을 입었다.
우즈는 지난 해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에 이어 마스터스까지 제패, 메이저대회 4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에 더해 제5의 메이저대회인 플레이어스챔피언십과 마스터스를 동시석권한 최초의 선수가 됐으며, 97년에 이어 2번째로 마스터스 정상에 섰다.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96년 8월 프로전향후 PGA투어 통산 27승과 메이저대회 6승을 기록했으며 올들어 베이힐인비테이셔널,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이어 3연승, 시즌 초반 그를 둘러싼 슬럼프논쟁을 잠재웠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타이거 슬램' 신조어 개발
'타이거슬램.' 진정한 그랜드슬램은 한 시즌 안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사상 최초로 4대 메이저대회를 연속 제패한 타이거 우즈를 위해 만들어낸 새 용어다.
이번 대회가 열리기 몇 주전 아놀드 파머(71)와 잭 니클로스(61ㆍ미국), 샘 스니드(88) 등이 "그랜드슬래머가 아니다"고 말하면서부터 골프계전설과 현역골퍼, 팬들사이에서 크게 의견이 엇갈렸다. 이렇게 되자 MSNBC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팬투표로 네티즌들의 의견을 물었고 동료골퍼들의 생각도 수렴하기 시작했다.
현역골퍼들과 팬들은 우즈에 상당히 호의적이다. 1만 5,000여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MSNBC투표에서 58%는 그랜드슬램으로 불러야 된다는 답변을 했다. 다만 42%는 원칙대로 1년 안에 달성했을 때 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우즈처럼 티칭프로 부치 하먼 문하생인 마크 캘커베키아(41ㆍ미국)는 "누구도 밟아 본적이 없는 그랜드슬램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사이코그립'으로 돌풍을 일으킨 크리스 디마코(33ㆍ미국)는 "우즈가 올해 안에 4대 메이저대회를 잇따라 우승, 이런 논란을 잠재울 지도 모른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PGA투어 커미셔너 팀 핀첨도 "골프사상 가장 큰 업적임에 틀림없다"고 치켜세웠다.
이런 질문을 1,000번 가까이 받았다는 우즈는 "어떻게 부르든지 상관없다"며 "US오픈에서 또 다른 이름을 찾아보자"고 대답했다. 골프기록책을 수차례 바꿔온 우즈는 이미 올 시즌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 우승을 목표로 세워뒀을 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과연 신조어가 생길까.
/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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