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장관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꽉 막힌 남북대화를 대북 비료지원으로 뚫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비료지원을 위해서는 당국간 접촉이 성사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시한데 대해 북측이 인도적 사업은 원만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정부 당국자는 9일 "봄철 파종기에 필요한 비료를 북측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이든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언급은 2일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이 "정부가 대북비료 지원을 위한 물량 등을 결정한 바는 없으나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국민의 여론을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료 지원에 대한 이러한 입장은 지난해와 퍽 다른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접촉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5월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사실상 '알아서' 20만톤의 비료를 지원했으며,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비료 10만톤을 추가 지원했다.
북측은 이러한 남측에 대해 호응할 자세를 내비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7일 '북남 공동선언은 조국통일의 이정표'라는 제목의 보도물을 통해 "북과 남은 6ㆍ15 공동선언의 합의대로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는데 깊은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방송에서 지칭한 인도적 문제는 1차적으로 이산가족과 비전향장기수 문제 등을 지칭하지만 대북 비료지원 문제도 함축하고 있다고 관측통들은 분석했다.
대북문제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식량 사정을 들어 이달 내에 당국간 접촉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관측통은 "지난해 가뭄과 태풍으로 북한의 올 해 식량사정이 매우 좋지 않은데다 북미관계의 불안정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남쪽의 비료지원은 절박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에 따라 비료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 당국간 접촉이 이뤄진다면 김일성(金日成) 주석 생일인 4월 15일 직후가 될 공산이 높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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