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어린이책 / 프랑스 단편동화 '전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어린이책 / 프랑스 단편동화 '전쟁'

입력
2001.04.10 00:00
0 0

빨강 나라와 파랑 나라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매일 아침 남자들은 전쟁터로 나갔고, 저녁이면 사망자와 부상자를 짊어지고 돌아왔다. 그들은 너무 오래 전부터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라 전쟁이 왜 시작됐는지 알지 못했다.그러다 빨강 나라 왕자 쥘이 파랑 나라 왕자 파비앙과 결투를 벌이다 죽고 말았다. 겁에 질린 파비앙은 두 나라 왕에게 똑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 평소 전쟁을 싫어하던 왕자였다.

'저는 노랑 나라로 왔습니다. 제게는 이제 굉장한 군대가 있습니다. 내일 아침 전쟁터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7일 제38회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유네스코 상을 수상한 단편 동화 '전쟁'(비룡소 발행ㆍ최윤정 옮김)이 국내에 소개됐다.

프랑스 작가 아나이스 보즐라드가 글을 쓰고 그림까지 그린 이 책은 지난 해 12월 수상작으로 선정됐을 때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유네스코 상은 2년마다 '관용 정신'에 기여한 어린이ㆍ청소년 문학작품에게 주어진다.

전쟁과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여러 면에서 눈에 띈다. '옛날 옛적에'라는 상투적인 표현 없이 '전쟁이었다'로 시작하는 파격이 그렇고, 전쟁 장면 하나 보여주지 않고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도 그렇다.

빨강 파랑 노랑이라는 강렬한 원색으로 독자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작가의 그림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다. 유네스코 상 선정위원회는 이 책을 "간결하고 엉뚱하고 시적이고 감동적이다"라고 평했다.

전쟁에 대한 작가의 해석과 해결책 역시 독특하다. 왕자 파비앙의 편지를 받은 두 나라 왕은 고민에 빠진다. "노랑 나라 군대가 우리보다 강하면 어떡하지?"

결국 두 나라는 약속된 전쟁터로 나갔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났다. 순식간에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두 나라.

노랑 나라는 물론 전쟁터에 나타나지 않지만 두 나라는 서로 의지하며 오래도록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해피 엔딩이다.

맹목적으로 싸우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평화란 연합과 동맹을 통해 유지된다는 교훈을 동시에 전하는 수작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