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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갈등제어 안전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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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갈등제어 안전판이 없다

입력
2001.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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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9일째를 맞고 있는 '미 정찰기 충돌'사건은 미국과 중국 양측이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하면서도 '사과' 공방에 휘말려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이 8일 실종된 중국 전투기 조종사에 대해 "유감 어린 미안함"을 나타냈지만 양측 강경파들의 공세는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당초 외교채널을 통해 무난히 해결될 것 같았던 이번 사태가 이처럼 꼬이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냉전종식 이후 친구도 적도 아닌 관계를 지속하면서 갈등을 제어할 안전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과거 냉전을 주도했던 미국과 소련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을 여러 차례 맞았지만 수습의 채널과 방식에 관한 관례나 규범이 있었던 편이다.

1960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속 U-2기가 소련 군사기지를 촬영하다 격추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에서도 그때마다 여러 갈래의 안전판들이 작동했다고 할 수 있다.

1972년의 '공해상 사고협정'은 소련과 미군 전함이 충돌했을 때 사태를 신속히 진화했고, 1988년에는 이번 정찰기 대치와 유사한 문제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군사적 돌발사고협정'을 체결했다.

이로써 미소는 최소한의 신뢰를 구축했고 '보이지 않는 룰'을 통해 확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반면 냉전시절 상대적으로 가까웠던 미국과 중국은 군사적 위기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지금까지 거의 마련되지 않았다. 1998년 들어 양국간의 돌발사고와 오해를 막기 위해 연례 상설기구로 '태평양지역 해사위원회'를 겨우 설치했지만 그 의무규정이 모호하고 지금까지 활용해본 적도 없다.

게다가 미국과 안보 분야에서 상호협정을 맺게 될 때 약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중국이 이 같은 군사적 장치 구축을 꺼리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과거 미소간의 경쟁은 지구 전역을 무대로 하늘, 바다, 우주 등에서 대등하게 이루어졌지만 현재 중국의 군사력은 육군 중심이고, 90년대 들어서야 영해를 넘어서는 공군력을 갖춰 미국과 비교가 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중국이 대서양 연안에까지 첩보활동을 넓힐 만한 능력이 없는 이상 상호 협정은 중국 영토와 인근 지역에서 미군의 활동을 보장해주는 구실을 주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선뜻 응할 수 없는 입장이다.

커트 캠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국제 안보담당 연구원은 8일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러한 위기가 너무 이르게 닥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를 어떻게 다루고 미중 관계를 어떻게 정착시킬 지를 모르고 있다"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함께 사이가 나빠졌을 때 통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北, 침묵의 주시

북한이 중국 전투기와 미국 정찰기 충돌사건에 대해 1주일이 넘도록 일절 논평 없이 중립적 태도를 취하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사건 발생 4일만인 5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사건 개요만을 간략히 보도했다. 이 때 북한은 외신보도를 인용, 미군기를 첩보기가 아닌 정찰기로 표현했다.

또 미국에 책임을 돌리는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발언과 미군기 탑승자 전원 송환을 요구하는 조시 W 부시 미 대통령의 발언을 같은 비중으로 취급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 장관과 부시 대통령의 중국 전투기 비행사 사망 유감 표명이 나온 직후인 8일 북한은 신화(新華)통신 등 중국측 매체를 인용, 중국이 미국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혈맹관계'를 의식, 중국측 입장을 설명한 것이지만 이 보도에서도 자신들의 입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관측통들은 "최근 중국과 밀월관계인 러시아는 물론, 모든 국가들이 논평을 하지 않은 것처럼 북한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북한은 미국이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상황을 의식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대중정책과 함수관계에 있는 점을 감안, 북한은 ▦사건 이후 미중관계 ▦문제 해결과정에서 온건화하는 미국무성의 변화 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덧붙였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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