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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민혁당 관련자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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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민혁당 관련자 처형

입력
2001.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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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4월9일은 박정희 유신 체제의 광기가 섬뜩하게 드러난 날 가운데 하나다. 이 날 새벽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우흥선 하재완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 여덟 사람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이들은 이른바 인혁당(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의 관련자들로, 그 전해 9월 비상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고, 사형 집행 전날인 4월8일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이 형을 확정한지 10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것이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 법학자 회의는 이 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 일어난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의 연원이 된 1964년의 제1차 인혁당 사건 자체가 조작의 의혹이 컸다.

당시 중앙정보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공안부 검사들 마저 피의자들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기소장 서명을 거부하는 항명 파동을 일으켰고, 그 가운데 세 명은 사표를 쓰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 뒤에 대구 지역의 운동가들이 인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교수대에서 삶을 마친 것이다.

이 사건은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이 힘을 얻자 학생운동권의 이른바 민청학련을 영남의 사회운동권과 얽어 반정부 운동 일체를 용공으로 몰아 일소하겠다는 박정희 정권의 사법적 살해 계책으로 해석된다.

서두른 사형 집행 외에도 조작의 기미는 도처에 널려있다.

탈장(脫腸)까지 된 하재완씨(당시 민청학련의 배후 조종혐의로 수감 중이던 시인 김지하씨의 증언)를 비롯해 관련자들 전원이 심한 고문을 받았고, 주검 대부분은 가족의 동의 없이 즉시 화장됐으며, 이에 항의하던 조지 오글 목사와 제임스 시노트 신부 등 외국인 선교사들이 국외로 추방됐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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