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잡힐 것인가, 아니면 고삐가 더 풀릴 것인가.'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처음으로 외환당국이 보유 외환을 대거 동원,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외환시장을 '강제 진압' 했으나 앞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안정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8일 "외환시장이 오버슈팅(이상 과열)될 경우 언제든지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진 만큼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시장 딜러들은 "정부의 시장 개입에 한계가 있어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며 "특히 5일 폭등했던 미국 증시가 6일 다시 급락하는 등 불안한 대외 경제환경 상황도 환율관리엔 악재"라고 신중론을 폈다.
■ '최후의 카드'꺼냈다
외환당국은 6일 '최후의 카드'로 숨겨두었던 보유외환을 시장에 던지며 시장과의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는 7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 경제장관회의에서 "빈번하게 사용하긴 어렵지만 시장이 투기장화할 조짐을 보이는 등 꼭 필요할 경우 보유 외환을 풀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차관도 8일 "일본 엔화보다 원화가치가 빨리 떨어지는 것은 가수요와 투기세력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필요할 경우 적적한 수급조절정책을 펴 안정적 변동이 이뤄지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외환당국이 으름장을 넘어 마침내 칼집에서 칼을 꺼낸 이상 이제 '몸으로 때우는 방법(보유 외환 살포)' 외에는 시장을 압박할 카드가 없다는 데 있다.
외환당국이 갖고 있는 실탄(외환보유액)은 모두 940억달러 규모. 6일처럼 수억달러씩 방출하다가는 곧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 금융시장, 국내 증시여건, 기업구조조정이 모두 불안한 상황이어서 몇가지 부정적 요소만 누적되면 원ㆍ달러 환율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다시 뛸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다윗(정부)과 골리앗(시장)의 싸움'에 비유한다.
■ 기업들 환율대책 비상
6일의 경우 외환당국은 오전 한차례만 개입해도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은 달러가 쏟아지는 즉시 블랙홀처럼 달러를 빨아들였다.
한 외환딜러는 "한은은 6일 여러 차례 시장에 개입했지만 목표선인 1,340원 이하로 떨어뜨리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서울외국환중개 외환중개실 문찬식(文燦植) 과장은 "외환시장은 금주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엔ㆍ달러가 안정되고 국내 금융시장에 큰 호재가 등장하지 않는 한 시장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부 대기업들은 당초 원ㆍ달러 환율 1,000∼1,200원 정도를 적용해 올해 사업계획을 짰으나 최근 환율이 크게 오르자 사업계획 전면 수정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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