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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 장쩌민,고개숙인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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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 장쩌민,고개숙인 부시

입력
2001.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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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정찰기와 중국군 전투기 충돌사건이 1주일째로 접어들면서 팽팽했던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가 다소 늦춰지고 있다.중국은 여전히 미국이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유감 표명과 이에 대한 중국의 긍정적인 반응, 미 관리와 승무원의 2차 면담, 계속되고 있는 막후협상 등으로 사태는 강경대치에서 유화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처럼 전환국면을 맞으면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해득실이 엇갈리고 있다. 승무원과 기체 송환을 요구하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다소 낮아진 반면, 중남미를 순방중인 江 주석은 여전히 자신만만해 누가 득을 보고 있는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 주석은 이번 사태로 잃을 것이 거의 없다. 미 정찰기와 승무원은 중국의 손에 있고, 충돌사고의 책임소재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미 미국측이 자세를 낮추기 시작해 사태가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江 주석이 지난 4일부터 오는 17일까지의 중남미 순방에 나선 것도 이런 느긋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관측통들은 江 주석의 외유가 이번 사태를 자신의 의지대로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江 주석은 이번 사건을 국내외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1993년 이후 정부의 고강도 사정작업에도 불구, 여전히 부패가 만연해 있는데다 파룬궁(法輪功)에 대한 가혹한 탄압과 대량실업 등으로 민심이반 현상이 심화하고 있었으나 江 주석은 이번 사건을 민심을 되찾는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또 江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으나 이번 사태를 잘 처리할 경우 지도자로서 위상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지도부나 군부 뿐만 아니라 중국인 대부분이 미국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야 체면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이를 관철하는 것이 과제이다.

또 江 주석은 취임 당시 공산당 정치 국원들에게 중국이 원하는 시기에 대만을 통일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만이 이지스함을 보유하면 江 주석의 이 같은 공약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이 이지스함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할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2003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江 주석에게 여러모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美 "얻을것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정찰기 충돌사건 이후 유지해오던 강경자세를 다소 완화하면서 유화 제스처를 내보였다.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입장의 변화를 보인것은 국내 여론이 이번 사건을 조기 해결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자존심을 앞세운 중국이 명확한 사과를 거듭 요구하며 승무원들과 기체를 '인질'로 삼고 '만만디'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미국으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부시 대통령은 4일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을 통해 유감 표명을 한 뒤 5일에는 자신이 직접 유감의 뜻을 밝혔다. 취임 후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의 강행과 교토 의정서 탈퇴등 파죽지세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부시의 외교 스타일에 비추어 이는 다소 의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운동 때부터 '외교 문외한'이라는 비판을 들어온 부시로서는 이번 사태를 제대로 해결해내지 못할 경우 앞으로 국내외적으로 지도력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받을 수 밖에 없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워싱턴 포스트가 5일 지적한 것처럼 그는 현재 '칼날'위에 서있는 상황이다.

또 유감표명을 계기로 물밑교섭이 진행되고 있지만 체면외교를 중시하는 중국이 끝내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장기전을 펼 경우 부시는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부시로서는 '사과표명 절대불가'를 주장하는 공화당 강경파의 압력 때문에 선뜻 사과를 할수도 없는 처지다.

미국 언론들은 벌써부터 이란 대사관 인질사건을 미숙하게 처리해 재선 불출마라는 굴욕을 감수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사례 등을 거론하며 부시의 앞날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가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할 경우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해 리더십이 강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i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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