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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전히 '당선되면 그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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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전히 '당선되면 그만'인가

입력
2001.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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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ㆍ13 총선 때 선거법을 어긴 국회의원 등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여전히 늑장수사와 재판, 솜방망이 처벌을 되풀이하고 있다.검찰과 법원은 물론, 대통령까지 신속ㆍ엄정한 수사와 재판을 국민 앞에 다짐했던 것이 결국 빈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크게 기대한 국민이야 없겠지만, 이러고도 타락한 정치와 선거 풍토 개혁을 외친 것이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은 선거사범 재판을 1심은 기소 뒤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반드시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걸 제대로 지키지 않던 법원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단호한 의지를 천명했다. 선거재판을 1년 안에 끝내고, 특히 불법 당선자는 당선 무효형을 선고해 혼탁한 선거풍토를 바로 잡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이어 검찰도 선거사범을 3개월 안에 수사해 기소하고 중형을 구형, 1년 안에 재판을 끝내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도 총선 뒤 대 국민 담화까지 발표, 신속ㆍ엄정한 선거부정 수사를 공약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선거 사무장 등이 선거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70건 가운데 1년이 지나 1심 판결이 나온 것은 38건뿐이다.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한 형을 받은 의원도 9명에 그쳤다. 불법이 확인됐는데도 벌금 100만원의 당선 무효 기준선을 슬쩍 비껴 난 벌금형에 그친 의원이 7명이나 된다. 벌금 90만원으로 가까스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 경우도 있다.

선거재판이 지연된 데는 검찰이 선거 뒤 3개월 내 기소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데다가, 특히 당선된 의원들이 온갖 핑계를 대며 재판 출석을 기피한 탓이 크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해 법정기한을 지키기 위해 재판을 피하는 국회의원의 체포동의를 적극 요구하고 궐석재판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강경책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솜방망이 판결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권자의 선택을 사소한 선거법 위반 때문에 뒤집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과 장애를 잘 아는 법원이 말부터 앞세웠다가 지키지 못하는 것은, 그래도 법원은 정치권이나 검찰과 다르다고 믿는 국민의 신뢰를 배반한 것이다.

사법부는 민주사회의 선거를 비롯한 정치 절차를 규율하고, 합헌성과 공정성을 최종적으로 보장하는 책임과 권한을 지닌다.

이런 법원마저 정치권을 닮아 임시변통으로 무책임한 빈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어지러운 선거풍토와 정치현실을 개선할 희망은 없다.

법원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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