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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무대책이 禍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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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무대책이 禍 키웠다

입력
2001.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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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걱정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1,360원대 벽을 깨뜨렸고, 종합주가지수는 500선이 가볍게 무너졌다.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연 6.70%선으로 상승하는 등 채권 값도 폭락했다. 환율은 30개월 만에 최고치, 종합주가지수는 2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이 슈퍼 트리플 약세를 보이면서 심리적 공황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이 같은 금융시장의 불안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일본 경제 침체 등 해외변수에 따른 것이지만, 우리 경제 내부 요인도 적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본 엔화의 약세가 원화 가치 하락에 가장 큰 원인이라던 분석이 무참히 깨졌다.

엔ㆍ달러 환율은 4일 폭등세가 다소 진정됐지만 원화 환율 급등세는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그만큼 시장 내부에 불안심리가 팽배해 투기적 거래가 판을 쳤다.

정부가 증시대책을 서둘러 내놓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폭락했다. 정부 대책의 효과가 반나절을 지속하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3, 4일 이틀 동안 2,8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 올들어 3개월째 계속되던 순매수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자본이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무대책이다. 외부 요인만을 들먹이며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대응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모습이 전해지면서 환율이 폭등한 것이나, 실효성이 의심되는 증시대책에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 등이 좋은 예다. 정부가 환율 금리 주가의 악순환을 확대 재생산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어제 환율 안정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정책은 시기가 중요한데 때를 놓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단기대책에 연연하기보다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지속적인 추진과 일관성 투명성 있는 정책 등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져오는 첩경이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은 무엇보다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지만, 이를 더욱 증폭시킨 것은 불안감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이라는 시장의 지적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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