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에 어긋난 일이면 지나치지 않는다. 인천 시민 이중렬(李重烈ㆍ71ㆍ 서구 검단동)씨는 3년째 무거운 법전을 들고 무관심 속에 놓여있는 아파트 관리 규정과 운영 관행의 허점을 감시해오고 있다.이씨가 아파트 관리규약과 운영 행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처음 아파트로 이사한 98년 3월. 털이 날리는 애완동물을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쳤고, 입주초라 에어컨의 환기구를 내기 위해 베란다 외벽을 뚫는 소음이 시끄러웠다.
공동주택관리령, 주택건설촉진법 등 법령을 찾아보니 모두 벌금과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 관리사무소장에게 엄격한 규정 집행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주민들과 갈등을 피하려는 관행 때문이었다. 참을 수 없어 법 규정을 들고 1년간 직접 구청, 건교부, 법제처까지 찾아 다녀 현재는 베란다벽을 불법으로 개조했던 33개 세대중 27개 세대가 원상복귀를 했고 단지내 애완동물 수도 눈에 띄게 준 상태다.
"법, 법이면 다냐?"라며 처음엔 고까워 하는 이웃도 있었지만 이씨의 일이 개인적 불만 해결만이 아니라고 오해가 풀리자 요즘은 주변에서 "할아버님은 지역을 위해 좋은 일 하실 분"이라는 격려도 듣는다.
최근 방송위원회를 찾아 유선방송회사와 아파트 대표와의 일방적 계약은 불공정 거래라는 사실을 밝혀내 강제적인 시청료 고지서 발송을 막았고, 올 1월에는 지금까지 면세 혜택을 받도록 잘못돼있었던 부녀회비 등의 아파트 잡수익을 과세 대상 항목으로 정정해내기도 했다.
앞으로도 동대표 회의록의 공개, 부녀회비 집행에 있어서의 주민동의확보 등 각종 행정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우선 이씨는 그간 쌓은 아파트 관련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다음주부터 서울YMCA 시민중계실에서 아파트 관련 민원 상담 자원봉사를 시작한다.
88년 은퇴할 때까지 서울시에서 30년간 환경, 위생 관련과 공무원 생활을 했던 이씨는 "법과 규정은 지킬수록 많은 사람에 이익이 되는 것이 공무원 생활 끝에 내린 내 소신"이라며 "입주자들이 규정을 지키며 스스로 권리를 찾으려 마음만 먹는다면 아파트 관리 행정을 좀더 투명하게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