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공민교과서는 기본 인식면에서 역사교과서와 똑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99곳을 고치는 대폭 수정을 통해 지나친 내용이 누그러졌지만 일본 우파의 해묵은 주장을 거의 그대로 담았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천황중심의 국가관이다. '천황은 옛날부터 국민의 경애의 대상이었다''천황을 정신적 중심으로 국민이 일치단결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때가 몇번이고 있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에서 부흥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등의 노골적인 기술은 검정 과정에서 삭제됐다.
그러나 '세습의 천황을 대일본제국 헌법에서의 통치권의 총람자로부터 일본국과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천황의 지위를 바꾸었다'고 굳이 과거 천황의 지위를 강조했다.
또 '헌법은 국민주권을 바탕으로 전통적 천황제도를 유지할 것을 확인하고 있으며 천황은 일본국을 대표하고 일본국민을 통합하고 있다'고 부연해 국민주권의 의미를 상대적으로 희석시켰다.
권두 그림으로 자위대의 사진을 싣고 '일본의 역할은 사적인 감정에서가 아니라 공적인 국익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공민은 사(私)보다 공(公)을 우선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헌법에 국방의 의무를 규정한 다른 나라의 예를 표로 실어 자위대야말로 공민의 대표적인 예임을 강조했다.
헌법에 대해서는 '헌법과 자위대의 실태가 들어맞지 않아 헌법 개정이 강하게 주장되고 있다'고 개헌론을 일방적으로 전개했다가 '반대론도 있다''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러나 개헌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자세하게 설명한 반면 반대론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설명을 담지 않았다.
한편 '핵무기 철폐는 절대의 정의인가'라는 칼럼의 제목을 '핵병기 철폐라는 이상을 생각한다'로 바꾸고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은 핵무기 철폐를 세계에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일본의 핵무기 포기를 의문시한 것이다.
이 교과서가 1997년 5월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의원의 센카쿠(尖閣)제도(중국명 다오위다이ㆍ釣魚台) 시찰 사진을 실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영유권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의 반발도 예상되지만 방위청차관 시절 핵무장 발언으로 사임한 골수 우파 정치인을 교과서가 선전해준 꼴이기 때문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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