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현대인들은 이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사유의 부재 속에서도 전혀 불편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지천으로 깔린 상점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기만 하면 된다.
'스와치'시계를 구입함으로써 서로 동질감과 연대의식을 느끼고, '나이키'운동화를 신으면서 '그냥 해봐(Just Do It)'라는 명령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자발적인 것이든, 불가항력적인 것이든.
'소비의 미래'(생각의나무 발행)는 요즘 삶의 형식을 결정짓는 메커니즘으로서의 '소비'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스위스의 유명한 경제연구소인 고틀리프 두트바일러 연구소에서 '경영의 시간 문제'분과팀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소비에 최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소비야말로 타인과 자신을 구별하는 유일한 행위이며, 소비 사회의 몰락은 민주 사회의 몰락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현대 소비사회에서 '감성''테마''메시지'라는 세 개념에 주목한다. 그는 정보화 사회 이후 도래할 '꿈의 사회'에서는 상품의 물질적 가치는 줄어들고 대신 상표(감성)나 광고(메시지), 분위기(테마) 같은 문화적 가치가 증가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베네통, 나이키 등 고전적 의미의 상표는 물론 'Made In U.S.A.'같은 원산지 표시, 이탈리아 식당에서 느껴지는 이탈리아 부엌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믿음과 환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면서 현대 소비사회의 시민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서 '미디어 독해력'을 내놓는다.
우리의 일상을 꿰뚫고 들어오는 다양한 매체와 그 메시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바로 미디어 독해력이다. "인터넷을 통해 표를 구입할 수 없는 사람은 평생 매표구 앞에서 길게 줄을 설 수밖에 없다"는 저자는 결국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소비자 주권을 촉구하는 셈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