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여러 기쁨 중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먹는 일이다. 모처럼 시간과 돈을 투자한 여행에서 음식까지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면 그 추억은 입 속에도 생생하게 남는다.반대로 형편없는 식사를 했다면 여행 전체를 망치기도 한다. 여행지의 먹거리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챙기는 것은 이제 여행 준비의 기본이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가장 전통 있고 맛있는 원조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이다. 유명 관광지의 집단 먹거리촌에서는 더욱 그렇다. '원조집' 바로 옆에 '元祖집'이 있고 그 앞에는 '진짜 원조집'이 있다. 골목을 하나 돌면 '元 원조집'..
이런 식이다. '시조집'마저 생겨났다.
지역 주민들이야 진짜를 잘 알겠지만 나그네는 헷갈린다. 딱 한 집만 빼고 모두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솔직하지 않은 곳에서 먹는 음식 맛이 좋을 리 없다.
음식점끼리 서로 원조임을 주장하면서 얼마나 아웅다웅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반대로 사이가 너무 좋아 서로를 진정한 원조로 인정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사이 좋게 간판에서 모두 '원조'라는 글자를 지워 보자. 고객의 판단에 혼란을 주지 않고 신뢰도 얻는 방법일 듯하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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