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한중 양국의 반발이 예상수준을 넘지 않은 데 안도하며 시간벌기에 나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문부과학성이 교과서의 재수정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가운데 외무성도 "모든 절차가 끝났다"는 자세를 고수, 더 이상의 외교적 배려는 없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는 정치개입 불가 원칙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한중 양국 정부가 '성의있는 조치''효과적 조치'를 요구했을 뿐 재수정이나 특정 교과서의 불채택 등 구체적 요구를 내놓지 않고 있는 배경에 대한 분석의 결과이기도 하다.
한중 양국 정부가 대일 관계의 치명적 손상을 바라지 않아 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며 국내 여론이 식어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판단은 언론 보도와도 방향을 같이 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5일 한일 관계의 전환을 자부하고 있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으로서는 교과서 문제가 정권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대북 평화공존 정책에 미일 양국의 지원이 불가결하다는 점에서도 대일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신중한 대응을 보여 온 중국도 올들어 교과서 문제에 대해 강한 태도를 취해왔으나 중국공산당이 대일 관계의 강화를 바라고 있는 데다 미 정찰기 사건을 놓고 대미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일 온건노선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는 자숙 기미'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1982년 교과서 파동 당시 정부와 언론이 하나가 돼 대일 비난에 나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언론이 반일 감정을 주도하고 있으나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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