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영문학을 연구하는가?'원로 영문학자 여석기 선생이 초심으로 돌아간다. 영문학에 바친 평생을 정리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간다. 1964년부터 지금껏 발표한 논문들을 모아 8순 기념 논문집 '햄릿과의 여행, 리어와의 만남'을 펴냈다.
책의 절반은 그의 평생지기 셰익스피어에 의해 받쳐져 있다. 햄릿과 리어를 주축으로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얼개를 파헤쳐 가던 그는 연극과 영화의 렌즈를 통해 셰익스피어를 다시 본다.
'햄릿'과 '리어왕' 영화를 통해 본 영문학자의 셰익스피어론은 그래서 오늘 읽어도 낯설지 않다. 국제극예술협회(ITI) 한국본부위원장,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 등을 마다 않은 그의 다양한 경력이 반영된 대목이다.
해럴드 핀터, 유진 오닐 등 현대 희곡작가까지 해부하던 그는 제 3부, '한국 영문학 연구의 반세기'에서 육성을 발한다.
이양하, 최재서, 이인수, 김동석 선생 등 해방직후 영문학 1세대에서 현재 한국 영문학에 대한 분석까지, 원로학자로서의 경륜을 갖고 비전을 제시한다. 포스트모더니즘, 동양 사상과 종교와 결부한 비교문학적 접근 등의 새 조류까지 포섭했다.
도입부, 그는 수 백번도 더 펼쳤던 '햄릿'을 원용했다. '설익은 과일처럼 지금은 나무에 달려 있지만, 익으면 저절로 땅에 떨어지는 법'. 때로 셰익스피어의 말은 8순을 한해 앞둔 노학자의 겸사가 되기도 한다. 1984년부터 재단법인 국제교류진흥회 이사장직을 역임해 오고 있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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