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식투자로 200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가 범죄행각이 들통난 국내 최고의 '데이 트레이더'(초단타 주식 매매인)에게 법원이 "경제사범은 경제적으로 처벌한다"며 50억원이라는 초유의 벌금형을 내렸다.서울지법 형사3단독 신일수(申一秀) 판사는 4일 주가조작으로 거액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5년에 벌금 30억원이 구형된 정모(34) 피고인에게 증권거래법 위반죄를 적용, 징역형 없이 5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수 주문을 통한 주가조작 행위로 일반 투자가들에게 손실을 끼친 만큼 여기서 얻은 이익보다 많은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밝혔다.
모 증권사 투자상담사로 일하며 탁월한 투자감각을 발휘, 한때 회사로부터 140억원의 성과급을 받기도 했던 정씨는 1999년말 퇴사, 전문 투자가로 변신했다. 국내 최고의 데이 트레이더를 꿈꾸던 정씨는 그러나 여직원들까지 고용, 허수주문을 통한 불법 주가조작에 열중하다 꼬리가 잡혀 지난 1월 구속됐다.
정씨가 법원에서 불법 주가조작 행위로 29억여원을 챙긴 기소 내용을 모두 인정돼 사상 초유의 벌금형이 선고됐지만 징역 5년에 벌금 30억원을 구형한 검찰은 이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입장. 검찰은 "투자기술과 수완이 뛰어나 200억원대의 재산을 모은 정씨에게 집행유예도 없이 벌금형만 선고하면 처벌효과가 있는거냐"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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