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일의 독립방송 NTV가 2일 최대 주주인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의 지배 아래로 들어가 사실상 국영이 돼버렸다.NTV 창립자인 블라디미르 구신스키에 이어 46%의 지분을 보유, 2대 주주이던 가즈프롬은 최근 4.44%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한 뒤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구신스키 등 9명의 이사들을 모두 내쫓았다.
신임 이사 가운데 6명이 가즈프롬의 알프레드 코흐 미디어 부문 대표를 비롯한 가즈프롬 추천인으로 채워졌다.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예브게니 키셀료프 총국장도 쫓겨나고 그 자리는 미국 은행가 출신 보리스 요르단이 차지할 전망이다.
가즈프롬의 NTV 장악은 러시아 정부가 최근 18개월 동안 진행한 체첸 분리주의자 유혈 진압에 대한 비판적 보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로 창립 7년을 맞는 미디어그룹 미디어-모스트의 대표회사인 NTV는 그 동안 자유언론의 기치를 내걸고 러시아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더욱이 NTV 접수는 "정부는 이제 민주개혁을 거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직전 이루어져 러시아 언론인과 시민들의 거센 분노를 사고 있다.
NTV는 정부의 언론장악에 항의하는 뜻으로 저녁 뉴스 방송에서 전 기자들이 앵커 뒤에 '저항'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또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진행상황을 모두 알고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모스크바 시민 2만 명도 이날 푸쉬킨 광장에 모여 항의집회를 가졌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러시아가 참여하는 유럽의 국제기구들은 "NTV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러시아 정부를 비판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러시아 전역을 커버하는 RTR과 OTR이라는 국영 방송을 가지고 있다. 이번 NTV 장악으로 사실상 정부가 주요 언론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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