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사실상의 국유화(國有化) 부실 대기업들을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셈인가? 돈은 돈대로 잡아먹으면서 기업가치는 시시각각 추락하고 있으나, 정부와 정치권 어디에서도 책임의식을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큰 일이다.정부를 마냥 믿고 기다리기에는 그 동안 투입된 시간과 금전이 너무 많고 장래 비전도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서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대우차 한보철강 서울은행 대한생명 등 환란 과정에서 주인을 잃어 정부의 수중에 들어간 부실 대기업의 처리 문제가 벌써 수년째 표류 중이다.
정부와 채권단측은 매각이니 편입이니 하는 방침을 앵무새처럼 읊어대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자명한 사실이다.
한치라도 앞으로 진전해 기대를 낳기는커녕 원점에서 맴돌거나 수포로 돌아가는 퇴행과 답보 상태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국가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최대의 부담이자 해결 과제라고 할 수 있는 부실기업의 처리 문제가 이렇게 지지부진한 데 대해 우리는 한마디로 정부의 총체적 무능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 매각 여부를 비롯한 기본 전략에서부터 협상 테크닉 등 실행전술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서 무소신 무기력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보다 근본적으로 최고 당국자들의 신념과 의지 박약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당국자들은 급기야 내외의 현실적 한계, 종잡을 수 없는 국민 여론, 정치권의 반발 등을 처리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돌리지만, 우리에게는 본말이 전도된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정말로 국유화 부실기업 문제에 대한 절박한 상황인식과 처리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일보의 진전 없이 공전에 공전을 거듭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더 이상 질질 끌어서는 안 된다. 확고한 정책 철학과 신념을 세워 강한 추진력으로 어떤 방향으로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
헐값 매각이니 국부 유출이니 고용 불안이니 하는 논란으로 이미 여론이 갈가리 찢어져 있는 마당에 어떤 국민 총의를 모은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본적인 대원칙과 각 기업별 정리 대책 및 시나리오를 전면 재검토해 그것이 해외 매각이든 공기업화이든 청산이든 일단 방향을 정해 국민을 설득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때다. 그것이 진정한 '강한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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