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켜 오늘 발표한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중학교 교과서 한국관련 내용은 표현만 수정했지 내용은 전혀 수정되지 않고 왜곡된 상태 그대로다.우선 '야요이시대 도래인'에서 과거 교과서는 '한반도'에서 들어온 도래인들이 일본에 선진 기술과 지식을 전수해 준 것으로 기술했다. 그런데 이번 교과서는 한반도라는 지역을 고의로 빼고 '밖에서'라고 표현하여 '한반도 문화'의 선진성을 감추려 획책하고 있다.
또한 문제의 교과서는 야마토 조정이 한반도 남부의 가야에 (임나일본부라는) 거점(식민지)을 구축했다고 하고, 570년 이후 고구려가 돌연 야마토 조정에 접근했고, 이어서 신라와 백제가 일본에 조공했다고 기술하였다. 이것은 완전한 날조와 왜곡이다.
임나일본부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야마토 조정이 6세기에 고구려 백제 신라에 선진문물과 학자 기술자들의 파견을 간청했으므로 이에 응해 도와주었더니 사실대로 기술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쓰기는 커녕 조공했다니 배은망덕도 한계가 없다.
이 사실은 20년전 한국 대통령 방일 때 일본왕의 환영사에서 귀국이 5,6세기에 일본에 베풀어 준 원조에 감사한다는 요지의 발언과도 정면 배치되는, 악랄한 왜곡이다.
근현대사 부분도 표현만 약간 수정했을 뿐 내용과 관점은 그대로이다. 강화도조약에서 일제가 운양호 사건을 만들어 초지진에 함포사격을 가하고 영종도에 일본군 800여명을 상륙시켜 조선군인 35명과 민간인 수십명을 살육해 놓고는, 단순히 '교전'한 사건을 계기로 조선에 국교수립을 강하게 핍박했다고 기술함으로써 함포 위협을 가한 '불평등 조약' 체결 강요임을 감추었다.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로의 강점을 '침략'이란 용어는 모두 빼고 '일본의 안전과 만주의 권익을 지키는 데 필요한' '병합'이라고 왜곡하였다. 일제 식민지 정책의 학살ㆍ수탈ㆍ착취를 빼고 '철도 관개시설 정비 등 개발'이라고 설명하였다.
한글ㆍ민족문화ㆍ한국성명ㆍ한국민족사 말살 등 민족말살정책을 '일본어 교육 등 동화정책'이라고 왜곡하였다. 종군위안부 징발 등은 모두 빼버렸다.
일제 군국주의자들의 '대동아전쟁' 이라는 용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면서 "오랫동안 구미의 식민지 지배 하에 있던 아시아인들에 용기를 주었다"고 기술하면서 여전히 침략전쟁임을 부인하였다. 일제의 침략전쟁을 '해방전쟁' 이라는 용어를 빼고 대신 풀어서 합리화했다.
일제의 침략점령정책이었던 '대동아공영권'도 아시아인을 위한 긍정적 정책이었다고 왜곡 유도한 후, 패전 후에야 "일본의 전쟁과 아시아 점령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건 것으로 비판받았다"고 기술하였다. 종래 다른 교과서들이 비판적으로 기술했던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전쟁과 아시아 점령정책(대동아공영권)을 이번 문제의 교과서는 모두 긍정적으로 설명한 후, 패전 후에야 비판받은 것으로 돌렸다.
'대동아 전쟁' '대동아공영권'을 정당화하고 그 비판은 '패전' 때문이었음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다. 난징(南京) 대학살에 대해서는 도쿄 재판에서 인정했을 뿐이라고 하여 전범재판이기 때문에 강제 인정받은 것으로 돌리고, 이 사건은 자료상의 의문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면서 난징대학살 자체의 실재를 부인하였다.
소위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들고 일본 문부과학성이 이번에 검정 통과시킨 판에서도 역사의 날조와 왜곡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단지 표현만 우회하거나 약간 수정했을 뿐이다.
의무교육인 일본 중학생 교육을 이 따위 날조 왜곡된 역사로 실행하면 일본 군국주의가 부활하고 신군국주의가 형성되어 다시 한국을 침략하고 종속화하려고 덤빌 것이다. 한국국민과 정부는 이 교과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폐기될 때까지 총궐기하여 한민족과 인류에 대한 모독을 중단시키고 오늘과 미래의 조국, 역사의 진실을 굳게 지켜야 할 것이다.
신용하(愼鏞廈)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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