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우 선생님이건 그 댁의 식모로 일하고 싶습니다. 특히 최은희 언니 댁의 식모가 된다면 원이 없겠습니다' (전남 광주 염회임) '배우 집 식모가 돼서 무슨 이익이 따로 있을 것 같아요? 아무 생각말고 어서 댁으로 돌아 가십시오' (스타 최은희) ( '여성영화인 사전' 에서)우리나라 '여성영화인사전'에는 배우들 이름만 달랑 올라있지 않을까. 그러나 놀랍게도 '여성 영화인 사전'(소도 펴냄)은 꽤나 두껍다.
1999년 '서울여성영화제' 의 후속 프로젝트로 기획된 이 사전에는 영화 중흥기가 시작된 1954년부터 근 50년에 걸친 한국 여성영화인의 자취를 에피소드와 함께 정리해 읽을 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전후 영화의 두드러진 특성은 '양공주' 와 '아프레 걸(戰後 여성,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의 등장이다.
'악야' '지옥화' 등을 통해 남성을 파멸로 몰아넣는 '양공주'를 통해 한국영화 최초로 '팜프 파탈(악녀)'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전후파_ 아프레 겔'(감독 조정호), '아름다운 악녀'(감독 이강천) 등이 등장한 것도 '모던'에 대한 새로운 갈망의 하나로 해석된다.
한국영화 자료부족은 사전 편찬에 큰 장애였다. ' 대야망' 의 화교 출신 감독 배화민, 한국 최초의 촬영기사 김문자씨 등은 존재가 확인됐으나 자료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배우, 감독, 제작자, 스크립터, 촬영기사, 편집기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여성 251명의 목록만으로도 이 사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영화평론가 주진숙 변재란, 영화배우 장미희, 출판기획자 이순진씨 등이 집필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