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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교과서 검정통과 / 겉만'대폭수정' 속은'역사인식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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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교과서 검정통과 / 겉만'대폭수정' 속은'역사인식 후퇴'

입력
200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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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최종 통과한 2002년도용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들의 특징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후소샤(扶桑社) 교과서의 대폭 수정과 기존 7종 교과서의 전반적 역사인식 후퇴로 요약된다.시대착오적인 사관에 의해 씌어져 한중 양국의 엄청난 반발을 불렀던 '만드는 모임' 교과서는 검정신청 때와는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반도 식민지 지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기술이 크게 약화한 대신 부당ㆍ강제성을 언급한 부분이다.

강화도 사건을 일본이 유발했고 그 결과 맺어진 한일수호조약이 불평등조약임을 인정했다.

또 구미 열강이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지지했다'는 내용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표현을 완화했다. 한일합방이 한국내의 반대를 무력으로 억누른 결과임도 밝혔다. 한일합방에 대한 '격렬한 저항'을 언급하고 토지조사 사업과 동화정책에 대한 반발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3ㆍ1운동의 무력탄압과 간토(關東)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피해 기술도 검정신청본에는 없던 새로운 내용이다. 징용과 징병, 황민화 정책, 창씨개명에 대한 언급도 추가됐다.

그러나 대폭 수정에도 불구하고 이 교과서의 문제점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못했다. 우회적으로 동남아 침략을 식민지 해방에 기여한 것으로 기술하는가 하면, 도쿄(東京)전범재판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곳곳에 일본 중심적 우익사관을 드러내고 있다.

군대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등 가해 사실의 기술을 최소화한 것은 이런 사관의 당연한 귀결이다. 고대사에서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기술을 끝내 포기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거의 수정되지 않은 채 통과된 다른 7종 교과서가 가해 사실 기술에서 크게 후퇴한 점이다. 우선 군대위안부 문제를 기술한 교과서가 7종에서 3종으로 줄었다.

교과서 시장의 80%를 장악한 이른바 '빅4' 가운데 니혼쇼세키(日本書籍) 교과서만 관련 기술을 강화했고 나머지는 모두 빼버려 중학교 과정에서는 이에 대한 교육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또 한국과 중국, 동남아 침략을 다룬 부분의 제목과 본문에서 '침략' 용어의 사용을 크게 줄이고 이를 일부 '진출' '남진'등으로 바꾸었다. 일본군의 대 중국게릴라 전술로 모두 태우고 빼앗고 죽인다는 '삼광(三光)작전'이나 인체실험으로 악명높은 731부대, 오키나와(沖繩) 주민에 대한 가해 사실을 거의 모두 은폐했다.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와는 달리 비교적 역사반성에 충실했던 7종 교과서의 이런 변화야말로 일본의 전반적 역사인식이 후퇴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1982년 교과서 파동이 '침략이냐, 진출이냐'를 둘러싼 것이었음을 상기하면 반쯤은 82년으로 되돌아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정부 대책 부심

정부는 검정을 통과한 일본의 일부 역사교과서가 자국 중심적 사관에 입각해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미화했다는 1차 평가를 토대로 향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가장 문제가 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 최종본의 경우 한국 관련 역사기술이 신청본 초안보다 상당히 수정된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군대위안부 등 일제의 가해행위를 최소화하면서 일본의 대외 팽창정책과 침략전쟁을 긍정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보수ㆍ우익적 사관을 반영하고, 일본의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했다고 보고 있다.

야마토(大和) 조정의 임나 경영을 사실로 크게 다루고, 임진왜란과 태평양전쟁 등을 미화한 것이 대표적 예다. 특히 '새 모임'측이 일본 정부의 검정기준에 순순히 따른 것은 중학교과서에서 우익사관을 전파할 교두보를 확보한 뒤, 고등ㆍ초등 학교로 확산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또 '새 모임'과 정도차이는 있지만 기존 7종의 교과서도 일본의 보수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군대위안부 문제와 관련, 7종 가운데 4개 교과서가 내용을 삭제했으며, 2개는 그 '강제성'을 모호하게 하거나 '가혹성'을 완화시켜 표현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일본측의 이 같은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 수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 점이다. 정부는 이날 일부 교과서의 역사왜곡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는 성명을 내면서, 구체적 대응책은 4일 관계부처 대책회의 결과와 전문가들의 최종분석이 나온 뒤 단계적으로 세우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발표한 성명으로 미뤄 볼 때 정부는 과거사를 합리화ㆍ미화한 일부 역사교과서에 대해 '상징적 불쾌감'을 표시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할 것으로 짐작된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측의 태도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쾌감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물리적 제재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왜곡 내용 재수정 요구 ▦항의사절단 파견 ▦추가 문화개방 일정 연기 ▦공식문서 표기에서 천황의 일왕 회귀 ▦한일 청소년 교류 등 각종 협력사업 취소 등의 조치를 상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일본 정부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실행에 적지않은 부담이 따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분간 일본측이 역사왜곡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양국의 우호 관계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대응의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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