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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무실점 완벽첫승...20승 향해 힘찬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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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무실점 완벽첫승...20승 향해 힘찬 출발

입력
200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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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타자쪽에서 보면 70%의 실패가 용인되는 게임이다. 투수입장에서는 70%의 성공 가능성을 보장받는 게임이다 .' 야구는 그만큼 투수에게 유리한 스포츠다.그러나 실전은 다르다. 70%의 성공을 이룰 수만 있다면 대투수의 영광이 기다린다. 3일 개막전은 박찬호가 70%의 성공확률을 가진 투수가 돼가고 있음을 입증한 무대였다.

마운드에서 여유가 있었다. 짐 트레이시 감독의 말처럼 지난해까지만 해도 위기에서 집중타를 얻어맞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날 2회 1,2루의 실점 위기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집중력도 돋보였다. "1구 1구를 던질 때마다 계획이 있었다. 마음먹은대로 들어맞았다"고 밝혔을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웠다.투수의 제1덕목을 체득한 느낌이다.

고질병인 컨트롤이 완벽했다. 97개의 투구중 65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주자가 있든 없든 셋업포지션(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바로 투구하는 것)에서 볼을 던질만큼 투구밸런스가 안정됐다. 가슴까지 확대된 스트라이크존도 유리하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스트라이크라고 모두 같은 게 아니다. 제아무리 우수한 투수라도 한복판에 볼을 던지면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날 변화구를 많이 구사했는데 체인지업과 '슬러브(커브와 슬라이더를 합친 구질)'의 코너웍이 기가 막혔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박노준 SBS해설위원은 "15승이상은 무난하다. 타선이 뒷받침되면 20승도 노려볼만할 정도로 한 단계 올라선 것같다"고 밝혔다.

■짐 트레이시 감독

"박찬호의 투구는 한 마디로 환상적이었다. 박찬호는 훌륭한 총알을 갖고 있었고 정확하게 필요한 곳에 던졌다.

그가 메이저리그 최고투수로 성장할 것을 확신한다. 원래 투구수를 95~100개로 예정했기 때문에 무리시킬 이유가 없었다.

박찬호와 채드 크루터 배터리가 보여준 호흡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수들 모두 자랑스럽다."

■박찬호 일문일답

개막전을 승리로 이끈 박찬호는 상기된 표정과 약간 쉰 듯한 목소리로 인터뷰를 했다.

_ 긴장하지 않았는가.

"여유를 가지려 했지만 막상 오늘 아침 일어나서 경기를 생각하니까 조금씩 긴장이 됐다. 경기 전에 행사도 많아서 집중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마운드에 올라간뒤 갈 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주자가 있을 때 공격적으로 나간 피칭이 주효했다."

-32연속 이닝 무실점을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지난 해 마지막 경기인 9월3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과 비슷한 느낌을 경기중에 받았다. 개막전이 아니라 시즌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_상당히 빼어난 투구 내용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공이 좋았는가.

"공이 좋은 것은 시속 160km가 기록되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목표로 했던 곳에 들어가는 공이 좋은 공이다. 컨트롤에 신경을 썼다."

_0-0 양상이 계속될 때의 심정은

"점수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먼저 점수를 주면 우리 타자들이 점수를 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_게리 셰필드가 한 방을 때러 줄 것이라는 느낌은 없었는가.

"잘 해줄 것으로 알았다. 경기 후 잘 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스프링캠프 때 아침에 같이 많이 뛰었다."

/로스앤젤레스=장윤호 특파원

■숫자로 본 개막전 '환상 투구'

시즌 20승, 결코 꿈이 아님을 입증한 완벽한 투구였다.

LA다저스의 박찬호가 3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2001시즌 개막전에 선발등판, 7이닝동안 5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구로 첫 승을 올렸다. 적잖은 긴장감속에서도 완벽투구로 1-0 승리를 거둔 개막전 경기상황과 의미를 숫자로 풀었다.

▼1

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뒤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 시즌 첫 승.

슬로스타터로 이름난 박찬호는 대망의 20승을 향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다저스 신임감독 짐 트레이시에게도 뜻깊은 데뷔전 첫 승. 동양인 최초의 개막전 선발승은 지난해 4월4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일본계 노모 히데오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거두었다.

3번타자 게리 셰필드는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2안타로 호투하던 선발 제이미 라이트를 상대로 중월 결승 1점 홈런을 터뜨려 '찬호도우미'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트레이드 소동으로 경기전 홈팬의 야유를 받은 셰필드는 이 홈런으로 팬들의 '커튼콜'을 받아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했다.

▼3

사사구는 3개. 지난해 34경기에서 124개의 사사구를 내줬던 박찬호는 볼넷을 줄이는 게 최대의 관건이었지만 이날 제구력 불안을 완벽하게 해소했다.

4회 선두타자 리치 섹슨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구위가 흔들려 2루타를 허용하는 등 2사 1, 2루의 최대위기를 맞았으나 후속타자를 내야땅볼로 처리, 고비를 넘겼다.

▼4, 32

7이닝 무실점 승리로 지난해 9월2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서 8이닝 무실점 1- 0 승리이후 4연승을 올렸고 무실점 행진도 32이닝으로 늘어났다. 메이저리그 기록이자 LA다저스투수 연속이닝기록은 오렐 허샤이저가 88년에 작성한 59이닝 무실점.

▼5

2번 타일러 휴스턴, 박찬호 천적인 3번 제프 젠킨스, 5번 제로미 버니츠 등 중심타선의 좌타자 3명을 상대로 삼진 5개를 잡아내 약점으로 지적돼온 좌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

무릎쪽으로 파고드는 직구가 결정적이었다. 반면 다저스 타선은 선발 제이미 라이트 등 밀워키 투수진에 밀려 5안타의 빈공으로 박찬호를 긴장시켰다.

▼7

3회 론 벨리어드에게 우전안타를 맞은뒤 1사 1루 위기서 휴스턴을 상대로 첫 삼진을 잡아낸 박찬호는 5, 6회 중심타선을 상대로 삼진 두 개씩을 뺏는 등 타자를 압도했다.

7회 헨리 블랑코를 몸에 맞는 볼에 내보낸뒤 라이트를 상대로 7개째 삼진처리, 급한 불을 껐다. 박찬호는 7회말 공격때 대타 보카치카로 교체됐다.

▼97

투구수는 97개.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65개로 제구력이 돋보였다. 박찬호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덕에 심판이 높은 공 3, 4개를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었다고 말했다.

▼153

이날 기록한 최고구속. 3회 천적 젠킨스를 내야땅볼로 처리할 때와 등판 마지막회인 7회 2사후 1번타자 론 벨리어드를 상대로 153km의 광속구를 뿌렸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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