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340원대를 돌파한 원ㆍ달러환율의 급등에 따라 올해들어서만 국내기업들이 입은 환(換)차손 규모가 3조4,0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환율의 급변동에 따라 고스란히 앉아서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입는데도 국내기업들의 환위험관리를 엉성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1월말 현재 국내기업의 외채총액은 571억달러, 대외자산은 141억달러로 기업 순외채는 430억달러에 이른다. 환율은 작년말 달러당 1,265원에서 이날 현재 1,345원 안팎으로 달러당 80원이나 폭등했다.
외채를 원화로 환산할 경우 기업들은 올해들어서만 외채원금이 3조4,000억원이상 늘어난 셈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기업외채의 90% 가량이 달러화 표시채무"라며 "달러환율이 늘어날 경우 외채부담은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종별 희비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거나 외화부채를 많이 안고 있는 석유화학, 정유, 철강, 제당, 전력, 항공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유화의 경우 나프타 등 원자재 수입비용 증가로 채산성이 악화하고, 장치산업 특성상 외화부채 비중이 높아 막대한 환차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외화채무가 100억달러에 달하는 한전의 경우 가장 환율에 민감한 기업이다.
반면 수출비중이 높은 화학, 섬유, 조선, 반도체, 전자 등은 상대적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1% 하락할 때 코오롱은 경상이익이 6.8% 증가하고, 현대중공업 삼화전자 동양화학 삼성중공업 등도 4%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올초 원ㆍ달러 환율을 1,050원으로 예상했으나, 환율이 1,300원을 훌쩍 넘으면서 연간 2조원이 넘는 환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허술한 관리실태
이처럼 환율변동에 따라 기업희비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데도 국내기업들의 환위험관리실태는 무방비에 가깝다. 환차손은 노력에 따라 피할 수 있는 것인데도, 대부분 기업들은 '불가항력'으로 간주해 그저 '운수소관'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무역협회가 업종별 상위 400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6.5%의 기업이 '환리스크 회피(헤지)노력을 한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안동대 지호준 교수의 121개 거래소ㆍ코스닥기업 조사에서도 외환관리 전담부서 갖춘 기업은 25.2% 불과에 불과했다.
지호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환위험노출이 가장 큰 나라"라며 "그러나 삼성전자등 극소수 대기업을 제외하곤 헤지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재식 박사도 "대기업의 50%, 중소기업의 70%는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환차손의 중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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