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언론사 논설위원들이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을 돌아 볼 기회를 가졌다. 바로 미국이 교토의정서 불이행 선언을 하고 난 다음날이다.농업기반공사 실무자로부터 사업 현황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이 지긋한 주민대표가 일어나 환경을 이유로 사업이 중단되는 것을 불평하면서 "미국도 경제를 위해서는 환경협약 같은 것을 파기하지 않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교토의정서 파문이 새만금에 까지 밀려와 있는 줄은 몰랐다.
■교토의정서 불이행 선언은 서유럽 국가들과 전세계 환경론자들에게는 일종의 '부시 쿠데타'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 충격은 국가미사일 방어체제(NMD)강행 선언에 비할 바 아니다. 세계가 경악하는 이유는 이 협약이 인류문명을 종말로 몰아갈지도 모를 지구온난화의 예방적 지혜를 모은 국제협약이기 때문이다.
미국의회 비준거부로 이 협정은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파기하는 것과 미완의 상태에서 협상을 계속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구온난화는 부시가문에는 생리적으로 귀찮은 이슈인지도 모른다. 부시의 반환경적 전통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재선을 놓고 클린턴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클린턴이 고어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며 인기가 치솟자, 당시 부시 대통령은 고어효과 차단을 위해 유세에서 '오존맨'이라고 고어를 비난했다. 미국의 이해에 반하는 비현실적인 환경론자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아버지 부시는 통찰력을 가진 리더십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국제사회의 흐름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그러나 아들 W 부시는 다른 것 같다.
그의 세계관은 보이지 않고 그에게서 온건한 정책을 기대했던 사람들조차 당황케 하는 급진적인 정책만이 양산되고 있다. 국제사회뿐 아니라 미국사회도 충격이 큰 것 같다. 부시의 춤이 대단히 위험한 템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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