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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정委의 씁쓸한 성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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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정委의 씁쓸한 성년식

입력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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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창립 20돌을 맞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힘겨운 성년식을 치르고 있다. 한 마디로 '공정위도 변해야 한다'는 요구다.서울대 법대 한 교수는 "이제 공정거래법이 일본의 그늘을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독점방지법을 모델로 제정된 공정거래법이 수 차례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기본 틀을 유지해 왔고, 그 사이 일본의 경쟁 모델은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모범' 반열에서 탈락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등의 '30대 기업집단제도'에 대한 저항도 만만찮다.

전경련은 "글로벌시대, 다국적 거대 기업집단과 하나의 시장에서 각축하는데 우리 기업들만 손ㆍ발을 묶어두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꼬집고 있다.

최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7대업종과 공정거래법'이 도마에 올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장관들은 업계 회장단이 모여 감산을 협의하는 것이 현행법상 '담합행위'라는 공정위의 지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한솥밥을 먹었던 한 장관도 "이제 공정위도 달라져야지."라며 말꼬리를 흐렸다는 후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와 통신위원회에 이어 전기위원회도 출범을 앞두고 있어 공정위의 영역이 점점 왜소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간 공정위는 경쟁 무풍지대의 온실에서 커 온 우리 기업풍토에 경쟁을 이식했다. '경쟁 없는 경쟁력은 없다'는 원론이 맞다면, 우리 기업 경쟁력을 이나마 라도 키운 큰 동력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신경제시대, 경제 세포들의 움직임은 미세해진 반면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지는 추세여서 공정위의 역할 역시 더욱 중요해졌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경제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만큼 '경제 경찰'인 공정위도 낡은 껍질에만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성년식 축하의 변을 대신했다.

최윤필 경제부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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