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택(梁承澤) 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초부터 연일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에 관해 '폭탄 발언'을 쏟아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정책의 틀과 세부 사안을 모두 뒤집는 듯한 그의 발언에 통신 업계는 물론, 정통부 실무진들도 큰 혼란에 빠졌다.양 장관은 26일 임명 발표 직후 대전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부터 비동기 사업자는 선정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해 '정책 뒤집기' 발언의 포문을 열었다.
양 장관은 이날 취임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동기 사업자의 출연금 삭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동기 사업자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제약을 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동기 사업자에 불리한 정책은 모두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양 장관은 또 통신시장 구조조정 관련, LG를 '3강'의 나머지 한 축으로 키워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한 술 더 떠 "(동기 사업자 선정과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LG에 끌려다니는 일이 있더라도 통신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양 장관은 이날 발언으로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비동기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자 29일에는 "형평에 맞춰 비동기 사업자의 출연금도 낮춰주고, 2ㆍ3세대 로밍(상호접속)을 의무화한 사업허가 조건도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양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는 기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뜻을 밝히면서도 정작 정통부 실무진들에는 이렇다 할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담당 국장은 "이미 업무보고를 했지만 출연금 삭감 검토 등과 관련한 어떤 지시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양 장관이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기자들이 엉뚱하게 썼다'고 해명했다"면서 "장관이 진짜 그렇게 말한 것이 사실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정부의 작은 정책 변화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업계의 혼란은 더욱 크다. 양 장관의 '두둔 발언'으로 힘을 얻은 LG 관계자조차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장관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며 "장관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난관에 부딪친 각종 현안의 해법을 찾기 위해 기존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장관이 업무 파악과 실무진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사견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것은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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