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등 역사 교과서의 과거사 왜곡 문제가 드디어 한일간 첨예한 외교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정부가 4월3일로 예정된 일본 새 역사교과서 검정결과 발표를 앞두고 단호한 대처 방안을 마련키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러한 입장이 민족자존을 위해 당연하다고 믿는다.
일본 내 우익 세력들의 몰염치한 역사왜곡 행위에 대해 피해자 입장에서의 반론권 행사는 자위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이 29일 오전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우려를 전달한 데 이어 오후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외상과의 통화에서 미래지향적 양국관계를 위해 바른 역사인식이 기초가 돼야 함을 강조했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 전에 이성을 되찾아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해 주기를 희망한다.
지난번 도쿄대학 졸업식에서 서울대 이기준 총장이 축사를 통해 지적했듯이 역사란 잠시 잊혀질 수는 있지만 결코 지워 질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일본이 한국침략을 '진출'이라고 고쳐 기술한다고 해도 35년간의 식민지 역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피해자가 있는 한 그 것은 어디까지나 역사의 왜곡에 불과할 뿐이다.
세계전사에 유례가 없는 전쟁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술을 누락한다고 일본의 잔악한 전쟁범죄 행위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이 같은 무모한 시도는 오히려 일본을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들 뿐이다.
정부는 일본측으로부터 최종 본이 도착하는 대로 왜곡 정도에 따른 단계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의 대응방안에는 우선 재수정을 요구하고, 상황에 따라 약속한 일본의 문화개방을 연기하는 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문화시장 개방만 해도 그렇다. 65년 수교 후 일본은 근 30 수년간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모두 이를 일축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단계적 개방이 허가되었다. 일본은 이 정부로부터 큰 시혜를 얻었다면 얻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국민의 정부에 역사교과서 왜곡의 부담을 주고 있다. 보은(報恩)은 커녕, 배은망덕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대국이 되기 위해 일본은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그 것은 역사를 진솔하게 수용하는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도 그런 바탕이 마련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