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엔기후협약 교토(京都) 의정서 탈퇴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유럽연합(EU) 등이 미국을 제외하고라도 이 의정서 이행을 추진할 의향을 내비치고, 일부에서는 무역제재 여론까지 제기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유럽 아시아 등 반발 확산
마고 월스트롬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29일 "EU는 2002년까지 교토 의정서 를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의정서의 세부사항과 문제점 등을 논의할 수는 있지만 협정 전체를 폐기할 수는 없다"고 말해 교토 의정서 이행이 EU의 물러설 수 없는 입장임을 밝혔다.
윌러 보르돈 이탈리아 환경부 장관은 "미국이 교토 의정서를 이행하지 않겠다면 EU가 일본, 러시아 등과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환경부 장관들도 "기후 변화는 금세기 인류가 맞고 있는 가장 위험하고 두려운 도전"이라며 미국이 교토 의정서에서 탈퇴하면 유럽과의 관계가 손상될 것임을 경고했다.
유럽 내에서는 미국을 제재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환경 단체들은 백악관에 항의 e메일 보내기와 엑슨과 텍사코, 셰브론 등의 미국 석유회사 주유소에서의 피켓 시위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유럽의회에서 녹색당 등이 미국 석유회사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존 거머 전 영국 환경부 장관은 미국의 호르몬을 사용한 쇠고기 및 유전자변형식품 수입문제를 기후협약 문제와 연계해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롬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이에 대해 "미국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 "EU 대표단과 함께 미국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문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문제는 기술적 접근법이나 시장논리가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며 교토 의정서의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 탈퇴 입장 재확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미국 경제를 약화시키고 에너지 부족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국민이며 우리는 우리 경제에 해가 되는 것은 결코 하지 않겠다"면서 "강한 미국 경제는 우방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경우 미국의 많은 화력발전소가 석탄 대신 값비싼 천연가스를 사용함으로써 비용이 상승, 에너지 위기가 가중된다는 논리를 교토의정서 탈퇴의 한 이유로 들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교토의정서 탈퇴 외에 알래스카의 북극권 야생동식물보호구역(ANWR) 유전개발 계획, 연방 정부의 비보호 구역이나 캐나다 서북부, 멕시코 등에서의 천연가스 개발 등 다른 에너지 공급원 물색 작업을 벌인다는 구상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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