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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사태 교훈 / 수술미루다 부실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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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사태 교훈 / 수술미루다 부실 키웠다

입력
2001.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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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채권단 덮어두기 급급 "눈가림으로는 시장 못속여"천문학적 규모의 출자전환으로 결론난 현대건설 사태는 "부실기업에 대한 '미봉책'은 환부만 키울 뿐 냉혹한 시장을 속일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3월 정몽구.정몽헌 현대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부터. 이때부터 현대건설을 비롯한 계열사들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급락, 외국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채권 회수 조치가 잇따르면서 자금난에 몰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건설경기 침체까지 겹쳐 이후 1년동안 월말만 되면 금융시장에는 '현대 월말괴담'이 나돌았다.

현대건설이 공식적으로 유동성 대책을 발표한 것만 5차례에 달했다.

이처럼 현대건설이 구조적 부실에 빠져 회생가능성이 의문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채권단, 현대건설 대주주와 경영진의 대응은 겉돌았고 이 같은 위기 수습 자세는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현대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다.

특히 지난해 9월말 현대건설이 1차부도가 났지만 대주주인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는등 버티기를 통해 오히려 정부.채권단을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내부의 모든 부실을 알고 있는 경영진도 '정부가 현대건설을 어떻게 하랴'며 현실성 없는 대책만 내놓았다.

C은행의 한 임원은 "현대건설 등 대부분 그룹 계열사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대규모 증자를 통한 자본금 불리기로 부채비율을 편법적으로 낮추었을 뿐 부채규모는 거이 줄이지 않았다"며 "실패한 구조조정 전략과 경영권 분쟁, 대주주와 경영진의 안일한 자세가 현대건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가 유동성 위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내놓았던 이라크 건설공사 미수금과 서산농장 매각은 액수만 수천억원대였을뿐 실제로는 현실화하기 힘든 대책들이었다.

장밋빛 청사진만 보고 충분한 계산없이 뛰어든 대북사업도 현대건설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원인이 됐다.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나 현대건설을 좌지우지할 입장에서 서 있던 채권단의 대책은 더욱 한심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이 해외건설의 75%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건설업체로 자칫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점 만을 우려해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적당히 덮어두기에 급급했다.

정부와 채권단, 현대건설 경영진이 대우사태의 교훈을 망각한 채 1년간 반복해 온 '타협'의 결과는 삼자 모두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겼을 뿐 아니라 은행부실에 따른 추가공적자금 조성 국민들에게 또다시 큰 짐을 안기게 된 셈이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현대건설 사태 일지

▲2000년 3월 14일 현대 경영권 분쟁 발발

▲5월 26일 채권단, 현대건설 1,000억원 긴급지원

▲5월 31일 정주영 전 명예회장, 3부자 퇴진 발표

▲7월 27일 현대건설, 연말까지 차입금 1조 1,0000억원 감축 발표

▲8월 1일 금감위원장, 3부자 및 가신그룹 동반퇴진 촉구

▲8월 13일 정부-현대, 경영개선계획 합의

▲11월 3일 11.3 퇴출서 현대건설 조건부 회생

▲11월 20일 현대건설 자구안 발표

▲2000년 2월 1일 정부, 현대건설 지원 전제 자산 실사키로

▲3월 15일 영화회계법인, 현대건설 자산실사 시작

▲3월 27일 채권단, 현대건설 자본잠식 발표

▲3월 28일 채권단, 현대건설 출자전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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