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버츠에 대한 미국인의 열광은 그렇다 치더라도, 샌드러 불록에 대한 환호는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우리들의 눈에 비친 그는 아름답기는 커녕 촌스러운 이미지인데다 그것을 상쇄할 만한 뚜렷한 연기력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출연한 '스피드'로 스타덤에 올라 '당신이 잠든 사이에' '타임 투 킬' '포스 오브 네이처' 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그의 여성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스 에이전트(원제 Miss Congenialityㆍ미스 우정상)'는 FBI 요원이 미스 USA 대회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이다.
선머슴 같은 요원 하트는 팔자걸음에 거친 성격, 웃을 때 킁킁 거리는 소리까지 내는 여성적 매력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능적 테러리스트가 보낸 편지를 통해 그가 미인대회를 노린다고 판단한 FBI는 요원 하트(샌드러 불록)를 긴급히 대회에 투입키로 결정, '미인 만들기'에 들어간다.
걸음을 걸을 땐 턱과 땅이 수평을 이루게 할 것, 도너츠와 피자는 금물, "꿈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는 "세계 평화요"라고 답할 것 등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재미있는 속내를 들춘다면야 '미인대회'도 빠질 이유가 없다. 세상에 가장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머리 속 빈 여자들부터 추악한 거래의 이면을 들추는 척 하면서 의상을 갈아입는 미인들의 탈의실도 마음껏 비출 수 있으니 선정적 소재로서는 제격이다.
그러나 말 많은 미국에서 이런 소재를 한없은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간 큰 코를 다치기 십상이다. 때문인지 영화는 한밤중에 코코아를 탄 보온 병을 들고 다니며 '친구' 찾는 미인 등 미인의 인간적 속내와 우정을 강조한다. 그들이 머리 빈 바비 인형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샌드러 불럭의 코믹 연기는 그런대로 볼만하다. 그러나 미인대회 당선을 빼면 인생에서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미스 모닝사이드로 나온 옛 배우 캔디스 버겐이 번갈아 만들어 내는 친절한 미소와 벼락 같은 고함을 보는 재미가 오히려 더 즐겁다. 감독 도널드 페트리.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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