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에 꽃 몸살이 한창이다. 꽃잎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몰린다. 꽃 구경이 아니라 사람 구경이다. 조용하게 봄꽃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보자.한국관광공사가 봄꽃 나들이에 적당한 여행지 9 곳을 추천했다. 모두 유명세를 벗어난 곳이다. 비교적 한적하게 봄의 향기에 취할 수 있다.
■ 이천 산수유마을(경기 이천군)
이천 시내에서 여주 방면으로 달리다 현방리에 이르면 왼쪽으로 영원사라는 사찰 이정표를 만난다. 영원사가 있는 곳은 원적산(해발 563㎙). 이 절로 가는 길은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는 곳이다.
전남 구례의 산동마을이 아니라 서울 근교에 산수유 마을이 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란다. 이 달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10일께 절정을 이룬다. 이천시에서 4월 6~8일 산수유 축제를 연다. 이천시청 관광과 (031)644-2114
■맹방 벚꽃길(강원 삼척시)
강원도에서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은 경포대 정도로 꼽힌다. 그러나 찾아보면 더 있다.
삼척시 맹방해수욕장에서 교가리 삼척전자공고에 이르는 7번 국도 약 10리 길에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수령이 20여 년 된 청년기 나무들로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에 꽃터널을 만든다.
삼척의 벚꽃은 개화가 다소 늦다. 4월 중순부터 개화해 4월 말에서 5월 초에 만개한다. 동양 최대의 석회동굴인 환선굴, 정라진 해안도로 등과 함께 연인들의 여행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삼척시청 관광개발과 (033)570-3545
■성주산 자연휴양림(충남 보령시)
자연과 문학의 향기를 봄내음과 함께 맡을 수 있는 곳. 이해인, 박목월, 정한모 등 이름있는 시인들의 시비 48점이 전시돼 있다.
삼림욕을 즐기며 시구를 읽어 가노라면 기쁨이 두 배이다. 등산도 좋다. 성주산(해발 680㎙)은 가족 트레킹에 적당한 산.
왕복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성주면과 부여군 외산면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이 휴양림은 폐광 지역을 개발해 만든 시설로 걸어서 15분 거리에 석탄박물관이 있다.
관리사무소 (041)930-3529
■위봉산성(전북 완주군)
고찰 송광사 진입로의 벚꽃이 압권이다. 벚꽃터널의 길이는 약 3㎞.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계속 산자락에 들어서면 위봉산성과 위봉폭포, 위봉사, 동상저수지 등의 아름다운 풍광과 만난다.
송광사는 백제 무왕 시절 서암대사가 창건하고 고려 공민왕 때 나옹화상이 중창한 절로 비구니 도량이다. 단아하고 기품이 있는 절로 보물 제608호인 보광명전이 눈길을 끈다. 완주군청 문화공보과 (063)240-4224
■금천 배마을(전남 나주시)
나주는 전통있는 배의 고장. 3,200여 호가 900만 평의 땅에 배 농사를 짓고 있다.
봄이면 광활한 배나무밭이 모두 흰색 배꽃으로 덮인다. 배꽃은 매화나 벚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분위기를 내뿜는 꽃. 꽃밭을 찾아 들어갈 이유가 없다.
길에서만 봐도 온통 꽃세상이다. 영산강 지류인 지석강이 흐르는 금천면, 영암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세지면, 봉황면에 특히 배밭이 많다.
나주의 진산 금성산(450㎙)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나주시청 문화공보실 (061)330-8542
■달마산과 미황사(전남 해남군)
땅끝 동네 해남. 그 곳에는 바위산 달마산(489㎙)이 있다. 높지는 않지만 온통 기암괴봉으로 이루어진 예사롭지 않은 산이다.
달마산은 봄이면 각종 봄꽃으로 뒤덮인다. 동백, 벚꽃, 진달래는 물론 각종 야생화가 앞 다퉈 핀다. 산행 시간은 약 3시간. 시간은 짧지만 암릉을 타고 오르내리는 만만치 않은 코스이다.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때 지어진 절. 한반도 육지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사찰이다. 보물 제 947호인 대웅전과 1183호인 응진전 등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227
■지품 복사꽃 동네(경북 영덕군 지품면)
대게의 고장 영덕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고향의 봄을 상징하는 복숭아꽃(복사꽃)이다. 복숭아꽃이 피는 마을은 말 그대로 도원(桃園)이다.
청송군과 영덕군 사이에 있는 황장재(34번 국도)를 넘어서면 도원경이 펼쳐진다. 초록의 보리밭과 어울린 분홍색 복사꽃밭은 강구항으로 흘러드는 오십천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사이사이에 사과나무도 꽃을 피운다. 영덕군은 4월 16일부터 17일까지 제4회 군민의 날 행사를 열면서 복사꽃 아가씨 선발대회, 사진촬영대회 등을 연다.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6
■안민고개(경남 진해시)
진해는 한반도에서 벚나무가 가장 많은 도시. 이맘 때면 산과 길 구분 없이 벚꽃으로 덮인다. 가장 붐비는 곳은 장복산 공원 부근으로 완전히 주차장이 돼 버린다.
진해에서도 한가하게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은 진해시 태백동에서 창원시 안민동에 이르는 안민고개. 약 9㎞의 고갯길 중 진해에서 오르는 6㎞ 구간에 벚꽃이 터널을 만든다.
고갯길 군데군데 진해만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벤치가 마련돼 있다. 차를 세워놓고 걷는 것이 좋다. 진해시청 문화공보실 (055)545-0101
■섭지코지(제주 남제주군)
제주도에서 유채꽃의 절정은 4월. 해안선을 따라 섬 전체를 두르는 거대한 꽃반지가 만들어진다.
남제주군 성산읍 신양리 해안의 섭지코지는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유채꽃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 모두 돌아보는데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하얀 모래와 옥빛 물결이 압권인 표선해수욕장, 왕관 같은 성산일출봉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남제주군청 (064)733-2701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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