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릴 제4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단일팀 출전이 북한의 일방적 합의파기로 무산돼 유감스럽다. 지난 1991년 '지바(千葉)감격'의 재현을 기대했던 7,000만 겨레에게 큰 실망을 안겼기 때문이다.비정치적 행사까지 기존의 합의를 손바닥 뒤짚 듯하는 처사는 북한의 신뢰성에 대해 다시 한번 의문을 품게 한다.
더욱이 탁구 단일팀 구성문제는 지난번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방북했을 때 합의했던 사안이다. 즉 인원과 선수단 호칭ㆍ응원가는 지바대회때의 전례에 따르기로 했다.
서면약속까지도 뒤 짚는 북한의 행태를 감안 않고 구두합의만으로 마치 단일팀 구성이 마무리된 것 인양 발표했던 정부측의 경솔함도 따라서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단일팀 구성에 대한 북한측의 돌연한 위약 까닭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다만 추측건대 한미 정상회담직후에 열리기로 돼 있던 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의 일방불참과 궤를 같이 하지 않나 짐작될 뿐이다.
말하자면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에 대한 불만을 북한이 우회적으로 나타내면서 대남 접근 속도의 완급을 조절해 보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보여진다.
북측의 이 같은 대화기피 현상은 다음달 열릴 예정인 4차 적십자 회담이나 태권도 교류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단일팀 구성이 무산됨으로써 오사카 세계탁구는 이제 남북대결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한은 6ㆍ15선언정신에 보다 진지해야 한다. 기분 내키지 않는다고 당국자간 합의도 엎는다면 과연 어느 나라가 북한을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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