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 / '캐논 인버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 / '캐논 인버스'

입력
2001.03.30 00:00
0 0

'캐논(Canon)'은 일종의 돌림 노래 형식의 작곡 기법이다. 요한 파헬벨의 '캐논'은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다. 우리 인생도 어찌보면 행복과 불행의 돌림 노래가 아닐까.이복 형제의 바이올린 대결. 음악 영화 '캐논 인버스'는 긴 인생드라마다.

1968년 프라하의 어두운 밤, 남자는 여자인 코스탄자를 따라 카페에 들어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슬픔을 아는 당신의 눈동자에 바친다"는 말만 한다. 코스탄자는 그를 따라가 그의 인생 역정을, 그 안에 숨어있는 인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영화 '캐논 인버스(Canon Inverse)'는 이 바이얼린 연주곡 한 곡이 대를 이어 전파되며 엮어간 시간의 흔적이다.

예노(한스 마테손)가 가진 아버지의 흔적은 낡은 사진 한 장, 수제(手製) 바이얼린 뿐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묻는 예노에게 '캐논 인버스'라 붙인 곡을 허밍으로 들려 줄 뿐이다. 헛간에서 끼니도 잊어가면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던 예노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소피(멜라니 티에리)의 연주를 듣고 사랑에 흠뻑 빠진다.

어렵게 만났지만 소피는 남편이 있는 여자였고, "음악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다" 며 예노에게 짧은 키스만 선물한다. 레비의 추천으로 입학한 음악 학교에서 예노는 데이빗(리 윌리엄스)을 만난다.

이복형제인 둘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승부가 쉽게 나지 않는 경쟁자이다. 예노와 데이빗의 태생의 비밀, 나치즘의 발현, 그리고 집단 수용소의 유배, 예노의 딸인 코스탄자의 비밀 등 3대에 걸친 인생 유전의 드라마가 화려한 연주와 함께 살금살금 속살을 드러낸다.

'캐논 인버스' 에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그의 대표작에 꼽아도 좋을 만큼 압도적이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파가니니 스타일의 정통 클래식은 물론 최고의 연주자로서의 꿈을 한껏 안은 젊은 음악 학도들의 자유로운 즉흥 연주는 '클래식 음악 영화는 다소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아다지오에서 급작스럽게 알레그로로 넘어가는 듯, 극적인 반전이 오히려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지만, 유럽 배우들이 전하는 강한 연기의 맛은 부인하기 힘들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오스카상인 '다비드 디 도나텔로' 에서 촬영상, 음악상 등 4개 부분을 수상했다. 감독 리키 토나지.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