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초등학교 C교사는 최근 교무실 종례에서 교감으로부터 "앞으로는 '열린교육'이라는 명칭을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S초등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국 여러 학교에서 지역교육청 회의에 다녀온 교장, 교감들이 교직원회의에서 교사들에게 "열린교육이란 말을 쓰면 안 된다.
이제 열린교육은 끝났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가 하면 경기도교육청 등에서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교과연구모임 명칭에 열린교육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해 반발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사태의 발단은 교육부가 최근 각 교육청과 각급 학교에 보낸 '2001학년도 교실수업개선 지원 기본계획'에서 "97년 이후 추진한 '열린교육' 사업을 '교실수업개선 지원'으로 변경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확한 개념 정립 없이 열린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교육 현장에서 무조건 교실간 벽을 허무는 일까지 생기는 등 상당한 부작용을 빚었다"며 "열린교육의 원래 취지가 교실수업개선이라는 차원에서 용어를 바꾸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단순한 용어의 폐지나 변경이 아니라 '열린교육의 존폐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교실수업개선 지원사업'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정부 예산이 지난해 19억3,000만원에서 올해 5억3,0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되는가 하면 열린수업 관련 성과도 시ㆍ도교육청 평가지표에서 빼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ㆍ도 지정연구학교의 경우 2년차 지정 연구학교 30개교만 계속 지원하고 18개 완료학교는 후속 지정을 중단했다.
서울 D초등학교 B교감은 "이렇게 되면 열린교육 운동이 당장 위축될 것이 뻔하다"며 "특히 열린교육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할 때 열심히 할 교사나 교육청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덕성여대 열린교육연구소장 이용숙 교수는 "1986년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해 수많은 교사들의 노력으로 발전해 온 열린교육의 묘목을 이제 와서 뽑아버린다면 학교교육은 뒷걸음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 교수는 "용어만 바꿨다고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열린교육은 이제 안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게 뻔하다"며 "특히 초등학교가 현재만큼이라도 달라진 데는 열린교육이 큰 역할을 한 만큼 용어를 살리면서 오해나 일부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열린교육은 학생 중심의 다양한 학습법을 실천하는 운동으로 95년 교육개혁위원회에서 교육개혁의 핵심구호로 사용한 이후 정부는 97~98년에는 연간 30억원씩, 99년에는 24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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