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엔트리제출 마감시한으로 정한 28일.이날 오전 문화관광부와 대한탁구협회는 긴박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22일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준비내용을 담은 전화통지문을 보낸 우리 측은 26,27일중 회신이 오지 않자 단일팀 구성 백지화를 우려하기 시작했다.북한이 28일 보내온 원고지 1장 분량의 회신만으로는 진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북한이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준비문제.그러나 우리측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단일팀 성사의 '작은 걸림돌'로 꼽힌 운영경비(약 6억5,000만원 추산)도 남측이 전액 부담하겠다는 뜻을 내부적으로 밝혔었다.
분명한 사실은 단일팀 무산이 체육외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등 북측 체육계인사들은 국제무대에서 여러 차례 단일팀 성사를 희망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전문가들은 북미관계 등 정치적 변수와 북한 내부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교수는 "대북정책에 대한 이견을 노출한 이 달 초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불편한 심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단일팀 무산은 비록 비정치적 이슈이기는 하지만 제5차 장관급 회담연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4월에 북한의 중요행사가 집중돼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합동전지훈련 기간인 4월15일은 북한의 가장 큰 국경일인 김일성주석 89회 생일로 통상 북한이 국외활동을 중지하는 시기다.그러나 91년 단일팀도 같은 시기에 구성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떨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사업에 공이 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조문단을 파견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남북관계에서 철저히 실리를 추구하고 잇다"며 "탁구단일팀은 실리차원에서 매력이 없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단일팀이 물거품 되면서 남북 태권도 시범단 교류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남측은 4월10일~13일 서울에서 태권도시범단 교환 관련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해 놓고 있는 상태다.
북한의 단일팀 거부는 남북 스포츠는 물론 국제 스포츠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 같다.
ITTF는 올해 초 남북의 세계선수권 단일팀 출전을 기대하면서 북한의 영국오픈과 카타르 오픈 출전경비 등을 지원했다.
김한길 문호관광부장관은 "당국자간 합의된 세계탁구선수권 남북단일팀 참가합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신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6·15남북 공동선언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점에서 북한의 결정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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