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에 진정한 대화는 사라졌으며, 그 여파로 '가십성 정치'가 등장했다는 지적이 있다. 여야가 틈만 나면 상대를 공격하는 탓에 대화는 실종되고, 자연히 저급한 가십성 정치가 판을 치게 됐다는 것이다.■최근 여야 정당 대변인실에서 내 놓는 성명과 논평의 내용이 이런 저급한 가십성 정치의 한 단면일 가능성은 높다. 성명과 논평 어디에도 상대에 대한 예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속칭 '조지는 것' 일변도다. 예를 든다면 이런 것들이다. 얼마 전 어느 정당이 "무슨 미련이 남아 아직도 한국 정치사를 오염시키고 있는가"라며 특정 정당의 지도자를 원색적으로 꼬집었다. 그 내용이 심하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즉각 반박 논평이 나왔다. 일언지하,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것이다.
■이런 공방도 있다. DJP 공조에 대해 한쪽에선 '고목에 꽃 피우겠다는 행위'라고 단숨에 평가절하하고, 다른 한쪽에선 '왕따의 발악'이라고 몰아붙인다.
그 제하의 논평 내용을 옮기면 이렇다. "국민의 선택으로 탄생한 DJP 공동정권의 공조를 비난하는 것은 교만방자하게도 국민의 선택을 비난하는 것이며, 왜 지난 대선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수준이하의 작태다." 이쯤 되면 공격과 방어, 어느 쪽이 수준이하인지 모를 지경이다.
■야당이 힘이 세기 때문에 시종 싸움을 한다고 하지만, 실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정권교체를 처음 경험하는 탓이다. 여당은 옛날의 야당 버릇이 여전히 남아 '책임 정치'의 의식이 약하고, 야당은 그 좋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권력을 빼앗긴 데 대해 분함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원천적으로 상대를 인정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정권교체는 이런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가 가십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 지도부는 앞으로 성명ㆍ논평을 좀 더 엄밀하게 데스크 보는 것도 좋겠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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