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인근 길포드시에 자리잡고 있는 서리대학은 35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긴밀한 산학협동을 통해 특화한 첨단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함으로써 성공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서리대는 길포드 지역의 경제개발을 돕고 국제적 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1985년 리서치 파크를 세운 후 대학과 지역경제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신흥 IT도시로서 확고한 기반을 굳히고 있다.
서리대 캠퍼스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서리 리서치 파크는 넓직한 구릉지대(28.5㏊)에 110개의 기업이 입주해있다.
가장 역점을 기울이는 사업은 소형 인공위성제작과 컴퓨터게임 분야이다. 특히 지난 20여년동안 선두를 달려온 서리 우주센터(Surrey Space Center)의 소형위성 제작사업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전자, 컴퓨터, 통신, 제어, 신소재, 구조기술, 이동통신 등의 집합체인 위성제작사업의 발전으로 이와 관련된 분야의 기술과 상품 개발은 바로 하이테크 산업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최근 위성송신기술은 곧바로 이동통신분야에서도 이어져 가장 전망이 좋은 사업으로 굳히고 있다.
이와 함께 리서치 파크는 창업 인큐베이터 센터를 가동하면서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도 했다.
컴퓨터게임 '던전 키퍼'가 히트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불프로그 프로덕션도 여기서 배출됐다. 이 밖에도 전자결제 방식을 개발한 컨설트 하이퍼리온 등 많은 회사들이 날로 번창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동통신쪽에도 관심을 기울여 에릭슨과 노키아 등의 지원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첨단기술을 개발하려는 연구진들의 노력도 결실을 맺고 있다. 이 달 초에는 케빈 홈우드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이 실리콘이 빛을 내도록 함으로써 더 작고 더 빠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서리 리서치 파크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자 강점은 바로 대학과 입주 기업들이 한 식구처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입주 기업의 67%가 대학의 훈련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곳의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기업들 중 33%가 학부생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입주 기업들은 이 대학의 도서관은 물론 다른 편익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한다. 또 100만 파운드(약 18억원)가 넘는 기술장비의 구입은 기업들이 공동 부담하고 교수들과 학생들 대부분은 관련 기업들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리서치 파크가 창출하는 소득효과도 크다. 파크 전체의 연 수입은 650만 파운드(약 117억원)이며 지역 전체적으로 총 4억 파운드(약 7,200억원)의 소득을 올리게 한다. 또 학생들의 장학금과 교수들의 연구기금으로 지급되는 액수가 연 350만 파운드(약 63억원)이나 된다.
서리대가 초기 10년간 단지로부터 벌어들여 산학협동 프로젝트와 각종 연구사업에 투입, 재투자한 액수만 해도 1,000만 파운드(약 180억원)에 이른다.
현재 서리대의 한국인 유학생은 30여명으로 상당수가 IT관련 분야의 전공을 하고 있다.
통신시스템 연구센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경석씨는 "실용적이면서 바로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분야에 중점을 두는 게 서리대의 특징이자 장점"이라며 "따라서 취업률도 100%"라고 자랑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위성사업의 핵심 서리 우주센터
서리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서리 우주센터(Surrey Space Center)이다.
현재 이 센터의 디렉터이자 '서리 위성기술회사'의 최고경영자인 마틴 스위팅 박사가 대학원생이던 1975년 당시 학교의 지원을 받아 세운 연구실로 출발한 이 센터는 현재 영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소형 인공위성 제작기술에서 그 기술과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스위팅 박사가 주도하는 연구팀은 그 동안 더 작고, 더 빠르고, 더 싸고, 고성능인 위성을 개발, 19건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979년 영국의 첫 소형 위성인 UoSAT- 1호를 제작한 후 무게가 6.5kg인 나노(nano) 위성부터 400kg인 미니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성을 제작했다.
이 같은 위성제작으로 벌어들인 돈이 6,000만 파운드(약1,080억원)에 이른다. 올 초에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자기권을 조사하는 소형위성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12만 달러(1억 5,000만원)를 내고 계약을 맺었다.
또 1980년대 중반부터는 각국에 대한 기술이전에도 앞장섰다. 그동안 파키스탄 남아프리카 공화국 포르투갈 태국 싱가포르 중국 등 10여개 국이 이곳에서 기술을 배워 인공위성 보유국이 됐다.
우리나라가 92년 쏘아올린 '우리별 1호'도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센터 연구원들이 이곳에 파견돼 3년 만에 올린 개가였다.
■서리리서치파크 디렉터 말콤 패리박사 인터뷰
"현재 서리 리서치 파크에 입주한 110개 기업 중 30%이상이 해외 기업이고 총 수입중 60%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것이다."
서리 리서치파크의 발상단계부터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총책임자로 일해온 디렉터 말콤 패리 박사는 '서리'가 해외 지향형임을 강조하고 장기적 전략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사이언스 파크 조성과 운영에 관한한 손꼽히는 전문가인 패리 박사가 설명하는 성공비결은 간단하다. 대학이 재원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면 장기적 전략을 세워 특정 분야를 공략하라는 것이다.
그는 "서리대의 경우 신생 대학이지만 재원이 풍부했고 위성제작 등 첨단산업을 일찌감치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패리 박사는 "단지 조성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가 담당한 유일한 역할은 길포드시의 단지조성 허가가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런던 근교에 위치해 국제공항으로의 접근이 쉽고 간선도로와 철로를 통해 런던과 긴밀히 연결되는 길포드의 지리적 이점이 서리 리서치 파크의 성공을 뒷받침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의 기술교류를 위해 15번이나 방한했다는 패리 박사는 영국과 한국의 첨단산업육성 방안의 차이에 대해서도 정부와 대학의 역할로 설명했다.
그는 "영국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정부가 이를 도와주는 방식인데 반해 한국은 정부 주도하에 한 특정대학이나 연구소를 짓고 여기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두 방식은 연구자세나 결과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겠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또 "영국의 경우에도 그랬듯이 경기가 어려울수록 하이테크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결국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올 초 한국의 충남 테크노파크가 서리 리서치 파크와 기술교류협정을 맺은 것은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대에서 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77년부터 서리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세계 테크노폴리스협회를 설립했으며 현재는 영국 사이언스 파크 협회 회장으로 세계 20여개국의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길포드=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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