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지도자인 베니토 무솔리니를 추종해온 지안프랑코 피니(50) 이탈리아국민동맹(AN) 당수의 정국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변국들은 무솔리니의 적자(嫡子)를 자임했던 그가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는다.5월 13일 이탈리아 총선을 앞두고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AN이 참여하는 중도우파연합은 47%의 지지를 확보, 집권 중도좌파연합을 4%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재벌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승리할 경우 피니 당수는 처음으로 입각해 부총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그의 입각은 오스트리아의 신나치주의 경향의 자유당이 정부에 참여하자 유럽연합(EU)이 가했던 제재를 이탈리아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역사책이 너무 좌익 편향"이라며 수정을 언급하는 등 AN의 극우 성향 때문에 피니의 등장을 반기지 않고 있다.
신파시즘을 표방했던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지도자였던 피니는 1995년 MSI를 지금의 AN으로 바꾸었다. 내부에 극렬 파시스트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AN의 정강은 의회와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고 인종주의를 비난하는 내용을 수용했다. 피니는 이런 점을 들어가며 '신파시즘'이라는 공격을 피해가려 애쓴다. 무솔리니에 대해서도 "역사의 인물은 역사가 평가하도록 남겨두자"며 입을 닫고 있다.
잦은 내각 붕괴와 의정 중단으로 정치 불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탈리아에 피니의 등장은 또 한차례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