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평가가 영 불길하다. 영국의 국제경제 전문지 유로머니는 최근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47위로 매겨 6개월 전 37위에서 무려 10단계를 떨어뜨렸다.그런가 하면 미국의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는 경제성장 분야에 있어 한국의 국가 위험도를 전달보다 한단계 높여 내외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는 소식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국제적 평가 절하는 '경기적'측면에서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 수개월간 우리의 경기 악화는 각종 경제 지표들이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0년 국민계정'을 보더라도 지난해 4ㆍ4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니 좋은 평가가 나올 수 없게 되어 있다.
올 들어서도 줄곧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악조건의 연속이다. 최근 소비자나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와 전망 조사에서,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결과가 더러 나오고 있지만 실물 상황은 여전히 해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해외 평가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경기'때문이 아니다. 유로머니는 6개월 만에 우리의 국가 신인도를 대폭 강등하면서 그 이유로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 정체'를 들었다.
정부가 입만 열면 꼽았던 구조조정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오히려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의 구조조정이 명실상부하게 이뤄졌다면 적어도 국가 신뢰도 평가 만큼은 경기하강과 관계없이 다소라도 좋아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반대의 결과이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러고도 정부가 자랑한 개혁성과와 앞으로의 시장자율 개혁을 신뢰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런 마당에 와튼연구소측의 분석대로 경제성장 분야에서의 위험도 마저 높아지고 있다면 이건 보통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
구조조정 개혁도 흐지부지 되고 외형적 성장 엔진마저 식어버린, 한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더욱이 근래 미국과 일본 등 세계경제 기류가 한치 앞을 안심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어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해외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냉철한 자기반성과 자세전환의 지향점을 끌어내야 한다.
더 이상의 땜질식 대증요법이나 눈가림식 구조조정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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