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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라이스의 현실주의를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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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라이스의 현실주의를 주목하자

입력
2001.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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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 스탠포드대 부총장과 국가안보회의(NSC) 소련 및 동유럽 국장을 역임한 올 46세의 흑인이자 독신인 이 여성이 요즘 국제사회를 놀라게 하고 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89년 몰타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 때 NSC 국장인 그를 가리키며 "소련에 관한 나의 모든 지식을 전해준 사람"이라고 말해 고르바초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그의 전공은 '통일독일과 동구변화' '고르바초프시대' '불확실한 충성: 소련과 체코군' 등의 저서에서 보듯이 소련과 독일, 동유럽 문제이다.

그는 덴버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부 장관의 부친인 조셉 코벨 교수 밑에서 공부했으며 1986년 국방부 자문역과 1987년 합창의장의 전략핵정책 고문을 맡아 소련과 전략핵무기 감축협상을 하기도 했다.

여성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군축문제를 그것도 가장 협상하기 까다로운 상대인 소련과 직접 담판한 그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경험을 했다.

합의 이행을 '검증'(verification)을 통해 팩트 파인딩(fact finding) 하고 이에 상응하는 반대 급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라이스는 이 같은 자신의 정책철학을 '현실주의'(realism) 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빌 클린턴 전 행정부가 외교정책을 '낭만적'(romantic) 시각에서 추진했었다고 비판했다.

상대방이 변할 것이라는 자의적 희망이 섞였기 때문에 상대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의 현실주의는 대 러시아 정책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대 러시아 지원이 권력층의 부패에 도움만 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가 안정되고 민주적인 국가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 러시아 지원도 무작정 해서는 안되고 군축 문제처럼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도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낡은 유물이라고 보고있다. 러시아는 이른바 '깡패 국가들'에게 미사일 확산기술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의 대북한 정책도 바로 이 같은 현실주의에 따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독일이 통일된 한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동독이 스스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진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동독이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독단적으로 모든 정책을 결정할 뿐 어떤 반대 세력도 없으며 개혁도 없이 오직 한국의 지원만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사일 협상도 철저히 검증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이에 따른 반대 급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현실주의는 백악관은 물론 국무부와 국방부에서 회자되고 있다. 만약 그의 현실주의가 먹혀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미간에 한랭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을 우리의 새 외교ㆍ안보팀도 '현실'로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이장훈 국제부 차장

truth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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