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첫 종합소득세 신고를 한달여 앞두고 의사와 약사들이 '세금 공포증'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의약분업으로 인해 처방ㆍ조제료 수입이 늘어난 대신, 세원(稅源)노출로 인해 중과세가 불가피한 상태이기 때문. 의ㆍ약계에서는 미신고 소득액의 노출과 의약분업후 실질소득 증가로 인해 올해 소득세 납부액이 최소한 지난해의 2~3배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내달 1~25일은 부가세 일제신고에, 5월 1~31일은 종합소득세 확정신고기간. 이 기간에 약사와 의사들은 자신의 매출과 소득을 국세청에 자진 신고해야 한다.
▲ 중과세 공포
지난해까지도 자신의 정확한 소득규모를 숨겨왔던 상당수 개원의와 약사들은 "올 것이 왔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의 경우, 약값 마진이 없어지는 대신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처방전 수입이 크게 늘면서 수입내역이 상당부분 드러난 상태.
서울 A의원은 "그동안 신고하지 않았던 소득이 모두 국세자료에 잡히는 데다 약값구입비까지 과세돼 연소득 8,000만원 이상에 부과되는 최고세율(40%)이 적용될 전망"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서울 J내과의 경우 지난해 6억여원 소득에 소득세는 4,000만원밖에 내지 않았지만 올해는 소득세가 최소한 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약사들도 마찬가지. 종전에는 의료보험을 적용받는 약품매출이 전체의 10~20%에 그쳤지만 지금은 일반 의약품을 제외한 상당수가 처방전 조제여서 세원노출이 불가피하기 때문.
올해 종합소득 신고액이 지난해(1,000만원 미만)보다 10배가량 늘어난 서울 A약국의 약사 B(44)씨는 "연간 매출이 2억원이 넘는 데다 축소신고할 수도 없어 세금이 4배이상 늘어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세금 피하기 묘안 백출
이에 따라 세금을 피하기 위한 각종 편법들도 등장하고 있다.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직원늘리기와 임대료ㆍ의료장비 구입비 증액을 통한 소득 줄이기.
일부에서는 의사와 약사 명의만 빌리거나 일용직 직원을 고용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임금을 과다계상하고 있다. 월 수십만원에 의ㆍ약사 면허가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서울의 개원의 K씨는 "인건비 공제를 위해 의사와 간호사 수를 늘리고 병원명의로 차량과 고가의 의료장비를 미리 당겨 구입하는 의원도 많다"고 밝혔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단위 항생제 등 고가약품과 고가의 검사항목을 늘리는 얌체 진료도 급증하고 있다. 내과 개원의 C씨는 "영수증을 받아가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할인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고의 성실도 분석을 통해 탈세의혹이 있는 의ㆍ약사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금액의 50~300%에 달하는 벌과금과 가산세 등을 부과할 방침"이라며 "오랫동안 탈세의 온상으로 여겨져 온 의원과 약국의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