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지하철수사대 제1지구대 형사들은 26일 강도피해 신고자 A(17)양이 털어 놓은 지옥같은 과거에 말문을 잊었다.A양은 "지난해 6월 가출이후 11명의 성인 남성과 40여 차례나 원조교제를 했다"고 순순히 털어 놓았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보내 원조교제 의사를 묻거나, '애인구함'이라는 버스좌석의 낙서를 보고 연락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상대 남성을 구했다.
이렇게 되면 A양은 강도피해자를 떠나 원조교제 피의자가 된 셈. '상습성'이 인정돼 소년원 송치 등 격리의 대상으로 구속까지 가능한 죄질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A양을 차마 입건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8년간 양아버지(50)에게 성폭행당해 왔다고 울부짖는 A양의 기막힌 고백 때문이었다.
"견디다 못해 지난해에는 아버지를 고소하려 했지만, 어머니가 오히려 '네가 참아라'며 만류했어요."
A양은 이후 가출과 귀가를 거듭했고 생계를 위해, 또 어른들에 대한 막연한 복수심에서 원조교제를 시작했다. 1만~2만원씩 주는 대로 받았다. 그러다 지난 연말에는 원조교제 상대인 어른에게 강도까지 당했다.
경찰은 26일 이모(31ㆍ이발사)씨 등 A양과 원조교제를 한 상대남성 4명을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입건 했다. 하지만 A양은 '이례적'으로 입건조차 않고 귀가 조치했다.
담당 형사는 "열 일곱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아이를 차마 입건할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돌아갈 곳이나 있을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