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금리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이달 초만해도 연 6% 초반대를 유지했던 1년제 정기예금 고시금리는 최근 '소리 소문도 없이' 대부분 연 5%대로 접어들었다.
올 물가상승률(4% 안팎)과 세금(이자소득의 16.5%)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이미 '0%'대에 진입한 셈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현재 정기예금 금리 수준은 '바닥'이라고 보여지지만 그렇다고 당분간 금리가 큰 폭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예상했다.
■금리 인하 내역
한빛ㆍ조흥ㆍ제일은행은 26일부터 정기예금 고시금리 인하를 일제히 단행했다.
한빛은행은 실세 정기예금 1년제 금리를 기존 연 6.0%에서 5.8%로 0.2%포인트 내렸으며 3개월과 6개월짜리도 각각 0.1%포인트씩 인하했다. 조흥은행도 1년제 정기예금 고시금리를 연 6.0에서 5.8%로 내렸으며, 제일은행은 연 6.0~6.1%에서 5.8~5.9%로 인하했다.
농협과 서울은행은 27일부터 금리 인하에 나선다. 농협의 1년짜리 정기예금 고시금리는 기존 연 5.6%에서 연 5.5%로 떨어져 금융권 최저 수준. 농협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6.0%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행은 지금까지 연 6.2%의 고시금리로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시해왔지만 27일부터 연 5.9%로 0.3%포인트나 인하할 예정이다.
신한과 하나은행도 지난 19일 1년제 정기예금 금리를 연 6.0%에서 5.8%로 이미 인하했으며, 현재 고시금리가 연 6.0%인 한미은행도 이번주중 금리인하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평화은행도 15일 1년제 정기예금 금리를 연 6.4%에서 6.1%로 인하했다.
■금리 어디까지 떨어지나
금리 하락세는 언제까지 지속될 까. 은행 관계자들은 "실질금리 0%대에 진입했다는 것은 사실 더 이상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별로 0.1~0.2%포인트 가량의 소폭 인하는 가능할 수 있어도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시중실세금리 추이다. 시중금리 대표격인 국고채 3년물 유통수익률이 불과 1개월 전만해도 연 5.0% 벽을 위협하다 최근 5%대 후반에서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
누구도 금리 예측을 하기는 힘들다고 하지만 "원ㆍ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물가 불안을 야기,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한 당분간 5%대 후반에서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은행 채권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중 실세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기예금 금리도 당분간 현재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고채 금리와 정기예금 금리간에는 3개월 정도 시차가 있는 만큼 최소 6개월 이상은 저금리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은행 박현민 팀장은 "당분간 큰 폭의 하락이나 상승 없이 저금리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며 "조금만 기다리면 정기예금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재테크 전략을 짜는 것은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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