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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연 첫 평론집 '비루한 것의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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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연 첫 평론집 '비루한 것의 카니발'

입력
2001.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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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국 소설을 읽다 보면 '문제적 개인' 의 자아 추구는 작가들이 별로 하고 싶지 않은, 혹은 하기 어려운 이야기임을 느끼게 된다."문학평론가 황종연(41ㆍ동국대교수)씨가 첫 평론집 '비루한 것의 카니발'(문학동네 발행)을 냈다. 92년 등단한 후 누구보다 활발하게 현장평론을 해 왔지만 황씨는 이제야 첫 평론집을 묶었다.

튼실한 이론적 바탕,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진한 애정에 기초한 그의 평문은 90년대 우리 문단의 커다란 성과로 꼽힌다.

그는 이번 평론집에서 '근대성' 문제를 축으로 주로 90년대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90년대 문학이 왜 '비루한 것의 카니발'인가. 그가 말하는 비루함의 축제는 매도의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장정일 최인석씨의 소설에 나타난 '일탈자, 패덕자, 범죄자에 대한 열광'에서 "인간 사회의 윤리적 통합에 대한 그 어떤 종류의 믿음보다 건전한 도덕적 감각을 찾는다"고 말한다.

이들이 대표하는 한국문학의 급진적 상상력이야말로 '문학 자체를 포함한 기성 문화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카니발'이라는 것이다. 그 전복과 위반의 상상력이야말로 문학 본연의 기능이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의 우리 소설은 기로에 서 있다. 그 상황을 분석하는, 이번 평론집 전체를 꿰뚫는 황씨의 기본 개념은 '문제적 개인'이다.

루카치가 '소설의 이론'에서 말한 문제적 개인, 세상에 무엇 하나 자명하지 않고 모순으로 팽만한 근대의 세계에서 '언제나 찾는 자'로서 '내 영혼을 스스로 입증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소설 주인공의 모습이 최근 우리 소설에서는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평론 '문제적 개인의 행방'은 이문구 성석제 공선옥 은희경 배수아 김영하 등의 작품 분석을 통해 이 문제를 해명한, 명쾌하고도 문제적인 글이다.

이광수의 '무정'과 염상섭의 '만세전'을 비롯해 가까이는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까지 우리 문학사의 정점에 있던 명작들은 바로 이 문제적 개인들의 길떠나기에 관한 소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 문제적 개인이 우리 소설에서 사라지고 있을까.

황씨는 이 부분에서 문학작품 내부에 대한 분석에서 나아가 모더니티의 문제와 관련해 한국사회 전체의 변화와 문학의 운명 변화를 함께 읽어낸다.

"이해와 통제의 범위를 넘어선 세계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 자신을 움직이는 것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느낌은 현대의 개인들에게 항상적인 것이다."

몰개성적인 대중소비문화의 인간 정복에 의해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된 이 문제적 개인의 행방을 찾는 것이 우리 소설이 봉착한 난관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황씨는 말한다.

마르크시즘에서 모더니즘까지, 이태준에서 김영하까지 종횡으로 내닫는 치밀하고도 유려한 글쓰기를 통해 그는 현재 우리 문학의 고민과 과제, 성과를 집약해 보여준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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