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가스난로를 사면서 난감했던 적이 있다. 여러 정보를 간편하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구매가 좋기는 한 데 업체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어디서 구입해야 할 지 혼란스러웠던 것이다.그런데 웹 셔핑 중에 우연히 가격비교 사이트를 알게 돼 내가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었다.
그간 정보의 비대칭성과 시장의 불투명성으로 제품과 가격의 차별성이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조차도 외면당해왔다. 인터넷은 이를 극적으로 변모시켰고, 소비자의 힘도 커졌다.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시장의 변화에 순응하게 됐다. 한편에서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싼 가격'만 찾게 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소수 대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가격 뿐 아니라 신뢰성도 구매의 중요 변수로 삼는 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내가 가스난로를 구입했을 때도 가장 싼 곳에서 구입하지는 않았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구입했다.
극단적으로 공정성이 강조되는 디지털 경제는 기업들에게 손해만을 강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공정성이 하나의 강점이 되어서 성공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전자식 저울은 초기에 중량 할인과 저울의 눈속임에 익숙해 있던 상인들로부터 오히려 배척당했지만 이를 도입한 상인들에게 소비자들이 몰려 장사가 성공하게 되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인터넷사이버몰 이용표준약관을 제정하고 준수하는 기업에게 표준약관마크를 부여하는 방안은 매우 적절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제도나 장치가 아닌 인식의 전환이다.
공정 경쟁이 궁극적으로 모두가 윈-윈하는 길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하에서는 공정거래와 경쟁만이 소비자 권익을 보장 하는 첩경이다.
그 동안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온 우리 경제는 IMF체제 이후 많은 시련을 겪어왔다. 시련을 교훈 삼아 보다 디지털 경제 하에서 공정거래와 경쟁을 신뢰하고 따르는 사회 풍토를 조성한다면 남은 21세기는 밝기만 할 것이다.
연세대 경영4 최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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