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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상 좁다" 중국 行馬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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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상 좁다" 중국 行馬러시

입력
2001.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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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엘도라도(황금의 땅)'를 찾아 대륙으로 간다!"바둑계에 중국행 '골드 러시'가 줄을 잇고 있다. 연초 '괴동'목진석 5단이 중국 스촨(四?)성 충칭(重慶)팀과 전속 계약을 맺고 중국 바둑계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과 '야생마'서봉수 9단 등 정상 4인방 멤버까지 가세했다.

아직 결정이 나진 않았지만 한국 바둑의 간판 스타인 '바둑황제'조훈현 9단 역시 중국측과 진지하게 진출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중국행이 확정된 국내 기사는 총 9명. 서봉수 9단과 김영삼 5단이 선전(深 土+川)팀 소속으로 당장 4월 2일부터 열리는 '중국바둑리그(中國圍碁聯賽)'을조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고, 유창혁 9단(윈난ㆍ雲南), 목진석 5단(충칭), 루이나이웨이(상하이ㆍ上海) 장주주 9단(청두ㆍ成都) 부부, 김승준 6단(홍콩), 박승철 2단(구이저우ㆍ貴州), 김영환 6단(푸젠ㆍ福建) 등도 해당 팀의 '용병'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일종의 전국 시도 대항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바둑리그는 베이징(北京), 상하이 등 도시별 대표팀이 프로축구 대회와 유사하게 '홈 앤드 어웨이'방식으로 대국을 치러 우승팀을 가리는 대회.

12개 팀(팀당 선수 6명)이 1년 동안 장기 레이스를 벌이는 메이저리그 '갑(甲)조'와 40여 개 팀이 단기간(통상 일주일)에 승부를 결정짓는 마이너리그 '을(乙)조'로 나뉘는데 유창혁ㆍ목진석ㆍ박승철ㆍ장주주ㆍ루이나이웨이는 갑조, 서봉수ㆍ김승준ㆍ김영삼ㆍ김영환은 을조에 배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은 팀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왕복 항공료와 체제비 외에 중국 기사들과 같은 수준의 대국료와 우승 상금을 배분 받는 조건. 을조에 속한 기사들의 경우 성적 여하에 상관없이 4월 2~9일 일주일 동안 대회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대국료만 5만 위엔(한화 약 800만 원)씩 받기로 했다. 소속팀이 우승할 경우 우승 상금이 보너스로 더해져 수입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무대에서 타이틀전에 오르지 못한 채 대국료 수입만으로 근근이 생활해 온 기사라면 불과 일주일 만에 '1년 농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연간 총 상금만 3억 원에 이르는 갑조 대회 출전자들 역시 한 달 평균 한 번 꼴의 여유있는 대국 참여로 최고 7,000여만 원의 '짭짤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이들 '한국 용병'은 한국기원 소속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국바둑리그에만 제한적으로 참가한다. 때문에 바둑계는 국내 기사의 중국 진출이 프로기사의 활동 무대를 넓힐 뿐 아니라 국위 선양에도 일조한다는 점에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한국 기사들의 기력이 아직은 중국보다 한 수 위이기 때문에 한국 용병들의 대활약이 예상된다"며 "중국 러시는 다소 침체에 빠진 국내 바둑계에도 새로운 활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용병들이 실력이 쟁쟁한 한국의 간판급 기사들인데다 정상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선 국내 대회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 반상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바둑전문가는 "경기 침체의 여파로 일부 국내 기전이 축소ㆍ폐지되면서 대국 기회가 줄어들자 아예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기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한국바둑의 '두뇌 유출'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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