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의원 8명 대거포진 '강력한 정부' 의지김대중 대통령의 '3ㆍ26개각'은 'DJ 사단의 전진 배치'로 평할 수 있다.
신 건 국정원장, 임동원 통일장관,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의 포진은 이미 임명된 김원길 보건복지장관과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맞물려 강한 팀의 색채를 보여준다. 유임된 한광옥 비서실장과 남궁진 정무수석까지 합하면 '올스타 출동'이라는 비유가 무색치 않다.
이는 김 대통령이 연초 국정운영의 새 패러다임으로 설정한 '강력한 정부론'을 계속 밀고 가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정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임기 후반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도 자민련과 민국당 인사들을 내각에 참여시킨 것도 국정 장악과 정국 안정을 위해 명분이나 모양보다는 '수의 우위 확보'라는 현실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파탄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해도 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도 재정파탄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로 자리잡고 있지만 당시 여권 내에서는 "의약분업과 재정파탄이 권력누수를 초래하는 함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었다.
김 대통령은 이 같은 난국을 여론순응형으로 풀기보다는 정면돌파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셈이다. 재정파탄의 계선상에 있는 책임자들을 모조리 경질하고 추진력 있는 인사들을 배치한 것이 그 예증이다.
정치적 차원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대미 관계를 중시한 포석도 두드러진다.
외교통상장관에 민국당 한승수 의원을 기용한 것은 3당 정책연합이라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했지만 한 장관이 미국통이라는 점도 중시됐다.
김동신 국방장관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시절 미군의 주요 인맥과 인연을 맺었고 부시 행정부에도 통로를 갖고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정치인의 대거 발탁과 40대 장관 3명의 기용도 눈여겨볼 대목. 김영환 과학기술, 정우택 해양수산, 김덕배 중소기업특위위원장의 기용은 평소 50~60대를 선호하는 김 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춰보면 파격적이다.
나름대로 세대교체의 이미지를 갖추려 한 것이다. 내각에 현역 의원이 8명이나 포진하는 등 정치인 비율이 높아진 것은 강한 내각을 구축하겠다는 구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번 개각은 역설적으로 여권 인적 자원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의 내각이 국민의 정부 사실상 마지막 내각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어 이 팀이 무너질 경우 더 이상의 방어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소수세력으로 출발한 국민의 정부가 결국은 측근과 정치인으로 팀을 구성했다는 점은 외연의 확대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가능케 한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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