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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日 바둑연수단 "한판만 두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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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日 바둑연수단 "한판만 두어도 좋아요"

입력
2001.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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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일요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조촐한 바둑 모임이 있었다. 비록 참가 인원은 50여 명에 불과했지만 대국 분위기는 매우 진지했다.'한국 바둑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일본 도야마(富山)현의 바둑 연수단을 한국측 아마 고수들이 '대접'하는 자리였다. 도야먀현 바둑인들은 지난해 도야마현에서 전국 체전이 개최된 것을 계기로 "바둑 발전을 위해서는 바둑을 정식 스포츠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바둑 전국체전을 개최, 입상자들에게 한국 바둑 연수를 부상으로 내걸었던 것.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친 교류전 결과는 한국이 약간 앞섰지만 성적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계 최강인 한국의 바둑인들과 직접 수담을 나누고 친목을 도모했으니 그것으로 대만족이었다.

양국 참가자들은 생전 처음 만난 사이지만 함께 수담을 나누는 동안 벌써 친해졌다. 서로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원래 바둑에는 말이 필요 없는 것. 대국 후 삼삼오오 바둑판 앞에 모여서 지난 바둑을 복기하는가 하면 바둑 내용을 기보 용지에 옮겨 적는 이들도 많았다.

연수단은 모두 28명. 실제 대회 입상자들은 8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일종의 응원단 자격으로 자비로 참가한 바둑광들이었다. 고교생부터 칠십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가 고루 섞여 있었다. 일본에서는 요즘 노인들만 바둑을 둔다더니 그것도 헛말인 듯 싶다. 이들의 방한 일정은 매우 빡빡했다.

24일 오후 서울에 도착,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하룻밤 휴식을 취한 후 이튿날인 25일 아침부터 부랴부랴 서둘러서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 도착했다. 곧바로 한국 바둑 동호인들과 대국 시작. 당초 예정은 세 판을 두기로 되어 있었으나 저녁 식사 예약 시간 때문에 두 판으로 만족해야 했다. 못내 아쉬워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방한 목적은 오직 바둑을 두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야마자키 히데오(山崎秀雄ㆍ66)씨.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출신으로 병원을 딸에게 물려 주고 오붓하게 노후를 즐기고 있는 은퇴 의사다. 물론 자비로 참가했다.

그저 바둑이 좋아서, 일본 선수단이 대국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고 또 기회가 있으면 한국 바둑 동호인과 한 판 수담을 나누고 싶어서 연수단에 합류했다. 바둑 이외의 다른 일정은 없다. 주말을 이용한 나들이이기 때문에 월요일(26일)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기껏 한국에 와서 바둑 한 판 두고 가다니 너무 섭섭하지 않아요?"라고 물었더니 "바둑이면 최고지, 무얼 더 바랍니까"라고 대꾸한다. 바둑광다운 우문현답이었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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